[한반도 해빙] "한미훈련 중단은 중대 양보·도박"…미 언론ㆍ전문가 우려
"함께 훈련하지 않으면 같이 싸울수 없어…주한미군은 북과 협상대상 아냐"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북한과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엄청난 돈을 절약할 수 있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해 미국 언론들과 전문가들은 북한에 큰 양보를 한 것이라며 한미동맹과 안보태세 우려를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카펠라 호텔에서 김 위원장과 북미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을 '워 게임'(war game)이라고 지칭한 뒤 "우리가 (북한과) 매우 포괄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협상하는 상황에서 워 게임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매우 도발적인 상황이기도 하다"라면서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훈련 중단 방침을 밝혔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북한에 대한 중대한 양보"라면서 김 위원장이 핵 프로그램 폐기 약속을 이행할지에 대한 '도박'(gamble)이라고 보도했다.
NYT는 한미연합훈련은 한국의 대북 방어에서 보루와 같은 한미동맹의 핵심적 부분이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북한이 실제 핵무기를 폐기도 하기 전에 미국이 양보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워)게임을 중단하는 것은 김 위원장에게는 엄청난 정치적 혜택"이라고 보도했다.
WP는 일부 국방 전문가들도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발표하고 또 '도발적'이고 '비싸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동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미국은 그동안 북한의 중단 요구를 지속해서 거부해왔으며, 미 국방부도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태세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오랫동안 주장해왔다"면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환영받을 조치"라고 보도했다.
한반도 전문가들도 일제히 우려를 표시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는 미 싱크탱크인 애틀랜틱 카운슬의 콘퍼런스 콜에서 "북한으로부터 반대급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중대한 양보를 하는 것"이라면서 "특히 한미연합훈련 중단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신호가 특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주한미군은 1년 단위로 순환근무를 한다면서 "당장 오늘 밤 싸울 수 있으려면 정기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주한미군은 북한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한미간의 문제"라고 못 박았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석좌는 CSIS 콘퍼런스 콜에서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훈련중단 방침을 거의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이는 자연적으로 동맹의 입장에서는 우려를 낳는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동맹에 대한 공약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잠재적 우려가 있다"면서 이런 것들이 북한과의 협상 카드가 되면 동맹이 확실히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 담당 선임 부소장은 같은 콘퍼런스 콜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향후 후속 협상에서 북한에 대해 "아무런 레버리지를 가질 수 없다"면서 "군사훈련을 하지 않고 동맹이 약화하면 (북한에 대한) 압박이 있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린 부소장은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약화를 원해왔던 중국과 러시아에는 만족할만한 '진전'"이라면서 미국의 대통령이 그 같은 상황을 촉발하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와의 서면인터뷰에서 "함께 훈련하지 않으면 함께 싸울 수 없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에 도움이 되지 않는 언급을 했고, 그것은 한반도 평화체제시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의 전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또 "한미연합훈련이 영구적으로 중단되면 그것은 한미동맹 종식의 시작이 될 수 있다. 평화조약이 체결되면 유엔군 사령부는 없어진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을 좋아하지 않고, 한미동맹도 예외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