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딛고 안나푸르나 정복 '빙벽 할머니' 산에 영원히 잠들다
황국희씨 가장 사랑한 북한산 인수봉서 지난 10일 불의 사고
쉰셋에 자궁암 극복…환갑 넘어서도 세계적 고봉 두루 정복
(서울=연합뉴스) 이효석 기자 = 환갑이 넘은 나이에 몽블랑·안나푸르나 등 세
계적인 고봉에 두루 올라 '빙벽 할머니'로 이름을 떨쳤던 황국희씨가 최근 북한산 인수봉에서 암벽등반 사고로 숨진 사실이 알려졌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올해로 만 여든 살인 황씨는 10일 낮 12시께 고양시 북한산 인수봉 인수C길에서 동료 약 10명과 함께 암벽등반을 즐기다가 사고를 당했다.
황씨는 피치에서 고정핀을 풀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는데, 앞서 등반했던 다른 동료가 갑자기 줄이 풀려 떨어지면서 황씨를 치는 바람에 30m 아래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고인은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40대에 삶에 무료함을 느끼고 등산을 시작했다고 한다. 53세 때 자궁암 수술을 받은 뒤에는 건강을 되찾기 위해 본격적으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62세에 등산학교에 들어가 전문적인 암벽등반 기술을 배운 황씨는 65세에는 빙벽 등반 기술도 익혔다.
이후 그는 국내 명산을 섭렵하는 것도 모자라, 세계적인 고봉을 두루 정복했다.
스위스 몽블랑·융프라우,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말레이시아 키나발루, 일본 다테야마, 백두산 등 이름난 봉우리는 대부분 그의 발아래에 놓였다.
칠순을 넘긴 71세에는 50대 '주부 대원'을 끌어모아 해발 6천189m인 히말라야 임자체(아일랜드 피크) 정상에도 도전했으나, 등강기 고장 등으로 정상 문턱에서 돌아서는 아픔도 경험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세계적인 고봉까지 도전하는 황씨의 열정에 걱정이 앞서기도 했지만, "산에만 가면 힘이 솟는다"는 그의 '산 사랑'을 말리지 못하고 끝내 열성적인 후원자가 됐다.
고인은 마지막 사고를 당한 북한산 인수봉이 "세계적인 봉우리보다 더 아름답다"며 유독 사랑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17일 팔순 생일을 맞아 산악회 동료들과 함께 인수봉을 암벽 등반한 다음 팔순 잔치를 열기도 했다. 2007년 고희연도 같은 자리에서 열었다.
유족으로는 남편 김덕근씨와 아들 우제(삼성엔지니어링 탕정프로젝트 수석)·남섭(서일대 컴퓨터응용전자학과 교수)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됐다. 발인은 13일 오전 11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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