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신정부 개혁 드라이브에 재벌·국영기업체 '긴장'
FT "재벌들, 마하티르 새 정부의 개혁 파장 예의주시"
"에어아시아 토니 회장 타격…샹그릴라 ? 회장 반색"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61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한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강도 높은 '반부패 개혁 드라이브'를 예고하면서 국영기업체, 재벌, 외국인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 말레이시아 새 정부가 '경제 문제'를 일소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으며, 국영기업체, 재벌, 외국인 투자자들은 새 정부가 약속한 개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9일 치러진 총선에서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가 이끈 야권연합인 희망연대(PH)가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의 나집 라작 전 총리를 주축으로 한 여당연합인 국민전선(BN)을 꺾고 정권을 차지했다.
1946년 창당한 UMNO는 1957년 말레이시아가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61년 동안 총리를 배출해 왔지만, 이번 총선을 통해 정권을 내주었다.
과거 UMNO 소속으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총리를 역임했던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나집 전 총리의 부패 의혹에 분노해 희망연대에 합류해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나집 전 총리는 국영투자기업인 1MDB를 통해 최대 60억 달러(약 6조5천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외국으로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나집 전 총리는 지난달 22일 반부패위원회(MACC)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FT에 따르면 마하티르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의 이 같은 반부패 드라이브 속에 말레이시아의 국영 기업체들은 일시적인 동결상태에 빠져 있으며,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 그룹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과 같은 재벌들은 곤경에 처해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자들도 새 정부가 나집 전 총리의 부패 스캔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셀렁거 주 주지사 출신의 아즈민 알리 신임 경제부 장관은 "경제는 엉망" "현시점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은 구조 개혁"이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개혁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 정부의 출범 이후 가장 압박을 받는 재벌은 토니 에어아시아 설립자 겸 회장이라고 FT는 분석했다.
나집 전 총리의 후원자였던 토니 회장은 나집 전 총리가 선거에서 패하자 '나집 전 총리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는 내용의 비굴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나집 전 총리와 가까웠던 YTL 그룹의 프란시스 여 회장도 그룹 주가의 폭락을 맛봐야 했다.
YTL은 나집 전 총리 집권 시절인 2013년 발주한 쿠알라룸푸르-싱가포르 간 고속철도 프로젝트의 계약을 따냈지만, 지난달 28일 마하티르 총리는 이 프로젝트를 취소하겠다고 발표했다.
반면 마하티르 총리의 복귀를 반기는 재벌도 있다. 바로 샹그릴라 호텔 리조트 그룹과 케리 그룹을 이끄는 로버트 ?(郭鶴年·94) 회장이다.
홍콩을 주 무대로 활동하고 있는 ? 회장은 마하티르 총리의 고문으로 위촉됐다.
? 회장은 마하티르 총리가 재검토를 결정한 중국의 투자 프로젝트를 중국과 재협상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FT는 내다봤다.
jj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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