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브렉시트 개입설…"국민투표 때 탈퇴진영-러관리들 내통"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브렉시트 국민투표 때 탈퇴 캠페인 주요 단체인 리브(Leave.EU)와 러시아 관리들이 폭넓게 접촉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와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 신문이 입수한 이메일에 따르면 리브 관계자들와 러시아 관리들이 2016년 6월 실시된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전후해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잔류와 탈퇴 두 의견이 팽팽한 가운데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는 투표자 52%가 영국의 EU 탈퇴를 지지해 결국 영국 정부는 브렉시트에 착수했다.
당시 국민투표 결과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상을 뒤집는 이변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 원인으로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세계화에 대한 불만, EU의 간섭에 항의하는 국수주의 등 국민의 물밑 감정이 꼽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외부세력의 거짓선동을 이변의 이유로 주목하는 이들도 있었다.
리브의 주요 후원자 애론 뱅크스와 어시스턴트 앤디 위그모어 사이에 오간 이메일에 따르면 이들이 러시아 관리들과 수시로 만나 사업 기회 및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더 타임스는 뱅크스와 위그모어가 러시아 정보원으로 의심되는 알렉산더 우도드 소개로 영국 주재 러시아 대사 알렉산더 야코벤코를 만났다고 보도했다.
우도드는 최근 영국에서 발생한 이중간첩 독살시도 사건이 발생한 뒤 추방된 러시아 정보요원이다.
영국에 기밀을 넘긴 혐의로 고국 러시아에서 복역하다 풀려난 세르게이 스크리팔(66)과 그의 딸 율리야(33)는 화학무기에 노출돼 죽을 고비를 넘겼다.
러시아 관리와의 만남에 대해 뱅크스는 2015년 야코벤코와 점심을 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선데이타임스에 "러시아 대사와 두 차례 반주를 곁들인 점심을 했다"며 "한차례 차를 마신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 돈이나 지원을 받은 바 없다며 이는 전형적인 정치적 '마녀 사냥'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현대적인 전쟁수법의 하나로 타국 여론조작과 선거개입을 일삼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때 러시아 정부가 해커들을 동원해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바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이들이 '러시아 내통설'과 관련해 특별검사 수사를 받고 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의원들은 이번 이메일 정황을 들어 뱅크스와 러시아의 연관관계를 밝혀야 한다며 경찰 수사와 의회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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