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부실은행 주식판매, 사기죄 성립 안 돼"…서울고법에 파기환송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400억원대 투자사기로 재판에 넘겨져 2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이상종(61) 서울레저그룹 전 회장에 대해 대법원이 일부 사기 혐의가 무죄라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이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부실은행의 주식을 사들인 사기 피해자가 착오에 빠져 있었고, 이씨가 이런 사실을 알면서 신의칙상 고지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씨가 부실은행 주식을 다른 사람에게 판 행위는 투자자를 상대로 한 사기라기보다는 투자 실패가 발생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수도권의 한 지방법원 경매계장 출신인 이씨는 2000년대 경매 건물을 싸게 사들이고 찜질방과 헬스클럽 등 각종 사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챙기며 유명해졌다.
이씨가 회장으로 있던 서울레저그룹은 한때 27개 계열사에 8천억원대 자산을 보유했지만, 연쇄 부도를 맞았고, 이씨는 2008년 9월께 잠적했다가 6년 만인 2014년 검거됐다.
결국 이씨는 자신이 설립한 부동산 실무 교육기관인 '서울GG아카데미' 수강생들에게 "경매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이익을 얻게 해 주겠다"며 72억여원을 빼돌리는 등 총 413억원대 사기·배임과 189억원대 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08년 6월 제삼자를 내세워 자신이 대주주인 전북상호저축은행에서 8억원을 대출받아 쇼핑몰 공사와 그룹 운영에 쓴 혐의(특경법 배임)도 적용됐다.
또 전북상호저축은행 부실이 장기화하자 이 사실을 숨기고 은행의 주식과 경영권을 박모씨에게 30억원을 받고 넘긴 혐의(특경법 사기)도 받았다.
1심은 "이씨가 도주한 6년 동안 피해자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다만 이씨가 투자금 명목으로 금품을 받아낸 혐의 중 일부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2심도 "피해자가 400여명, 피해액이 430억에 이르는 큰 규모의 범죄"라며 이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1심이 유죄로 인정한 일부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보고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전북상호저축은행 경영권 거래와 관련해 박씨에게 사기를 저지른 이씨의 혐의가 무죄로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한편 이씨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 기간은 6월 11일까지였지만 이날 대법원 결정에 따라 새로 2심 재판이 열리게 되면서, 구속 재판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구속 기간 연장은 2개월씩 3차례에 걸쳐 가능하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