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무거운 몸·답답한 공격전술…고민 깊어지는 신태용호
고강도 체력훈련 여파…플랜B 공격전술 '세밀함·템포 낙제점'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이틀 전 고강도 체력훈련의 여파였을까.
사실상 2군 전력으로 나선 볼리비아를 상대로 태극전사들의 움직임은 무거웠고, 기대했던 세밀하고 템포 빠른 역습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플랜B로 나선 공격조합은 '삐걱' 소리를 내면서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의 고민을 깊게 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7일(한국시간)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티볼리노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볼리비아(FIFA 랭킹 59위)와의 평가전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이번 평가전은 러시아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마지막 공개 평가전인 만큼 팬들의 기대감이 컸지만 유의미한 결과물을 찾아보기 어려운 경기였다.
신태용 감독이 시도하고 싶었던 전술 자체가 볼리비아의 소극적인 경기 운영 때문에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아쉬웠다.
신태용 감독은 이번 평가전의 의미를 두 가지로 뒀다.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활약할 주전 '포백 라인' 가동과 더불어 스웨덴과 멕시코전에 대비한 '선수비 후역습' 전술의 실험이었다.
결과적으로 신태용호의 주전 '포백 라인'이 날카로운 공격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볼리비아의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밖에 얻은 게 없는 평가전이었다.
포백 라인 외에는 대표팀의 전술을 100% 보여주지 않겠다는 신 감독의 의도에 따라 공격진의 플랜 B인 김신욱(전북)-황희찬(잘츠부르크) 투톱 스트라이커에 이승우(베로나)-문선민(인천) 좌우 날개 조합이 선발로 나섰지만, 손발을 제대로 맞출 시간이 부족했던 터라 세밀함은 떨어졌다.
전반적으로 선수들의 몸이 무거운 상황에서 공격 템포까지 느려지면서 대표팀의 예봉은 날카로움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을 가동하면서 중원에서 강한 압박 대신 수비라인을 전반적으로 끌어내려 후방을 두껍게 쌓았다.
볼을 차단하면 곧바로 빠른 역습으로 전진해온 상대의 수비라인을 허물로 득점하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볼리비아 역시 주전급들이 빠지면서 공격에 소극적이었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수비 후역습'을 하다 보니 경기의 긴장감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볼리비아 수비진이 내려앉으면서 한국은 상대 진영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패스하고 공격을 시도했지만 문제는 템포와 세밀함의 부족이었다.
특히 최전방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타깃으로 측면에서 올리는 크로스는 세기와 정확도가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엉뚱한 곳으로 날아가기 일쑤였다.
전반 22분 문선민의 오른쪽 크로스는 아예 반대편 페널티지역을 벗어났고, 전반 28분 이용의 오른쪽 크로스 역시 우리 선수들이 없는 곳으로 날아갔다.
결국 신 감독은 전반이 끝나고 나서 플랜B 공격라인에서 오른쪽 날개를 맡았던 문선민 대신 이재성(전북)을 투입했고, 곧이어 이승우 대신 손흥민(토트넘)을 가동했다.
손흥민과 이재성은 각각 좌우 날개로 뛰면서 김신욱-황희찬 투톱 조합은 그대로 이어졌지만 이 역시 득점이라는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공격진은 몇차례 원터치 패스로 상대진영 페널티지역 부근까지 빠르게 접근하는 모습도 보여줬지만 마무리 슈팅까지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기만 하다.
대표팀의 모든 체력과 전술 완성은 오는 18일 예정된 스웨덴과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 맞춰진 상태다.
태극전사들의 몸상태를 스웨덴전에 맞춰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과정인 만큼 볼리비아전은 '준비 과정'으로 봐야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경기력을 지켜보는 팬들의 가슴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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