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당 대 당' 통합 거론된 野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논의
(서울=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 공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최대 14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상당한 격차로 야당 후보를 따돌리는 것으로 나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판세가 전개되는 양상이다. 통상 선거는 정부 여당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기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는 여권의 국정운영에 힘을 실어주고 오히려 전직 대통령 탄핵에 책임이 있는 옛 여권에 대한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고 있는 게 민심의 현주소임을 여론조사가 드러내고 있다. 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막고 견제와 균형을 만들어가는 게 야당의 역할이라면, 민심의 흐름을 냉정하게 직시하면서 남은 선거운동의 방향을 재정립할 때다.
이런 와중에 자유한국당 김문수, 바른미래당 안철수, 두 야당 서울시장 후보의 단일화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지지도가 앞서 달리는 여당 후보를 꺾기 위해 야당 후보 간 단일화 논의가 제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고, 선거 때마다 되풀이된 현상이다. 민주당 박원순 후보의 '서울시장 3선 저지'가 공통의 목표이고, 두 후보가 완주해서는 승리가 어렵다는 엄정한 현실인식도 배경이다. 두 후보가 지난 3일 극비 회동을 하고 단일화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지고, 양당 수뇌부도 공개적으로 상대 후보의 양보를 촉구하며 논의에 가세, 야권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 문제가 이슈가 없던 선거판에 변수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양측의 단일화 물밑 논의 흐름을 볼 때 양당 지지층의 여망에 부합한 것인지, 판세가 기울어진 원인을 제대로 진단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또 여권의 지방권력 장악 저지를 목표로 한 단일화 논의라기보다는 선거 후 정계개편의 주도권, 선거 패배 때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정치적 입지 마련에 방점이 찍혀 있는 듯한 점도 갸우뚱하게 한다. 정치적 치명상이 불가피한 3등을 피하는 명분 찾기라는 해석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김문수 후보는 '당 대 당 통합'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당 대 당 통합까지는 아니더라도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지방선거 후 중도 보수 대통합을 추진한다'는 합의 선에서 단일화를 모색할 수 있다는 게 양쪽 단일화론자들의 계산인 듯하다.
서로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선거연대는 없다"던 두 당과 두 후보 진영이 돌연 후보연대와 합당까지 거론하는 것은 정치공학적 계산이 앞서 있기 때문이다. 선거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긴 안목으로 볼 때 이기는 과정과 지는 과정도 승패 못지않게 중요하다. 한국당은 영향력 있는 바른미래당 후보가 없는 전통적인 텃밭인 영남권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선거 열세의 원인을 다른 곳에서 진단하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거대 정당의 양극단 정치 배제를 부르짖었고 "한국당은 경쟁하고 싸워서 이겨야 할 대상"이라고 주창했던 안철수 후보는 위기일수록 자신의 정체성과 정치 소신을 다시 한 번 생각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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