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남부서 백인 총격에 이주노동자 사망…새 정부 침묵 '논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 남부에서 극히 낮은 임금을 받으며 과일과 올리브 등을 수확하는 일에 종사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가 백인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이민자 사회가 들끓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칼라브리아 주의 이주 노동자들은 4일(현지시간) 전면 파업을 벌이며 동료의 죽음에 항의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숨진 수마일라 사코(29)는 지난 2일 남부 칼라브리아 주 레지오 칼라브리아 인근에서 동료 2명과 함께 폐금속을 줍던 도중 차량에 타고 지나던 백인 남성의 총탄에 머리를 맞고 목숨을 잃었다. 나머지 2명은 다리 등에 총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리카 말리 출신인 사코는 2010년부터 이탈리아에 합법적인 신분으로 체류하고 있으며, 농경이 발달한 이탈리아에서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력을 착취 당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노동조합에도 가입해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을 잡기 위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일단 이번 사건이 인종주의에 의해 비롯됐을 가능성은 배제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활동가로 참여하고 있는 노조 USB는 이번 사건이 인종주의에서 비롯된 증오 범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USB는 이번 사건에 대한 분노와 항의를 표현하고, 이탈리아 이주 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오는 16일 전국적인 시위를 펼칠 계획이다.
이번에 사망한 노동자가 거주해온 산페르디난도 캠프는 수확철이면 약 3천명의 이주 노동자들이 물과 전기가 없는 허름한 천막에 거주하며, 최저 임금을 받고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한편, 불법 난민과 미등록 이민자에 대해 본국 송환을 비롯해 강경한 단속을 천명한 포퓰리즘 정부가 지난 1일 출범한 직후 일어난 이번 일에 대해 새 정부가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고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새 정부에서 치안과 이민 정책을 책임지는 내무장관직에 오른 살비니는 특히 사건이 일어난 칼라브리아에서 상원의원에 당선돼 의회에 진출한 바 있다.
살비니 장관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 3일 아프리카 난민들이 이탈리아에 상륙하는 주된 관문인 시칠리아 섬을 찾아 "난민들에게 좋은 시절은 끝났다. 짐을 쌀 준비를 하라"며 불법 난민 추방을 비롯해 난민과 이민자 단속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천명했다.
일간 '일 조르날레'는 이주노동자 총격 사망 사건과 살비니 장관의 최근 발언을 빗대 "살비니를 향한 이민자들의 반발: '인종주의자, 당신의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이번 사건에 대한 이민자들의 격앙된 분위기를 전했다.
또, 좌파 정당 '자유와 평등'(LEU) 소속의 아라스모 팔라초토 의원은 4일 "사건이 일어난 지 48시간이 지났으나 내무장관은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노동장관인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평소 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며 새 정부의 침묵을 꼬집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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