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직장? 천만에…日신입사원 '전직 사이트'등록 10년새 29배↑
성격·적성 안맞으면 입사 초기부터 전직 정보 적극 수집
업계, '붙들기' 아이디어…AI 이용, '이직 조짐' 찾아내기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사회의 특징으로 꼽히던 '회사 인간'이나 '평생 직장'은 옛말이 된 지 오래지만 사회생활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전직(轉職) 사이트 등록이 10년전에 비해 무려 29배나 증가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일본 사회의 급속한 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전직 서비스 업체인 'DODA'에 따르면 4월 현재 사회생활 1년 미만 신입사원의 이 사이트 등록자 수는 10년전에 비해 29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7배로 증가한 전체 등록자보다 증가율이 크게 높다.
오우라 세이야(大浦征也) DODA 편집장은 "대기업에 입사하면 편안하고 무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늘었다"고 지적했다.
"사회생활 초기 부터 진지하게 전직 정보를 수집하는 것 같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아사히(朝日)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작년 봄 유력 시중은행에 입사한 도쿄(東京)대학 출신의 20대 남성은 3개월만에 퇴직했다.
정해진 업무를 규정대로 착실하게 수행하는 선배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성격 및 지향하는 목표와 맞지 않는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선배들은 모두 친절했다. 회계지식 등을 친절하고 정중하게 가르쳐 줬지만 현장 직원의 재량권이 작다고 느꼈다.
향후 업무의 디지털화가 예상되는 반해 종이 업무가 너무 많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 인생에 도움이 될까, 은행밖에 나가면 쓰지 못하는거 아닌가" 고민한 끝에 퇴직을 결심했다. 지금은 대학원 입시공부를 하고 있다.
도마쓰 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신입사원 480명을 대상으로 지금의 회사에서 계속 일할건지를 조사한 데 대해 "가능하면 계속 일하고 싶다"는 응답은 53.8%에 그쳤다. 3년 연속 감소다.
2015년 조사 때의 63.4%에 비해 불과 3년만에 10 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머지 않아 전직하겠다"는 응답은 2015년 9.9%에서 올해는 16.7%로 높아졌다.
4월1일 현재 올해 대졸자의 취업률은 98%로 파악됐다. 1997년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구인배율이 높아 취업희망자가 '갑'의 입장에서 일을 고를 수 있게 된데다 다양한 근무방식이 확산한 결과로 풀이된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채용한 신입사원을 어떻게 붙들어 정착시키느냐가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자카야 체인인 '쿠시카쓰 다나카'는 지난 4월 점원 대부분이 신입사원인 '고덴마초 연수센터점'을 도쿄도(東京都)내에 오픈했다. 연수용 특별점포를 설치해 입사동기끼리의 유대감을 높여 신입사원 정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의료사무 수탁업체인 솔라스토는 과거 이직한 약 200명의 면접기록을 인공지능(AI)이 학습, 분석토록 해 신입사원 면접기록에 적힌 단어나 이직으로 이어질 것 같은 불안 또는 불만을 품은 사람을 찾아내 필요에 따라 면담을 실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의료관련 사업은 2016년 이후 비상근을 포함해 5천여명을 채용했으나 2천여명이 1년도 안돼 이직했다.
그러나 작년 4월 이런 제도를 도입한 후 신입사원 이직자가 400여명 줄었다고 한다.
이 회사 채용기획 담당자는 "처음에는 AI의 효과에 회의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이직 징후를 AI가 찾아내는 경우도 많아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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