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공여·불법 정치후원금 제공 혐의…길병원장 면직
의료법인 측 사건 연루 비서실장도 면직…향후 징계 예상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최근 경찰 수사에서 뇌물공여와 불법 정치후원금 제공 혐의가 드러난 가천대 길병원장과 비서실장이 면직 처리됐다.
의료법인 길의료재단은 최근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불구속 입건된 병원장 이모(66)씨와 비서실장 김모(47)씨를 면직했다고 6일 밝혔다.
길의료재단은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이씨와 김씨를 기존 업무에서 배제했지만, 해임 등 징계와 퇴사 절차는 아직 진행하지 않은 상태다.
향후 검찰 송치와 기소 후 재판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이들을 징계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 이 원장이 면직됨에 따라 병원장 업무는 후임 인사 발령 때까지 최혜영 진료 1부원장이 직무 대행을 한다고 병원 측은 밝혔다.
이씨와 김씨는 재단 측의 인사 조치 이후 병원에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30년 넘게 길병원에서 전문의로 일하며 2013년 9월 2년 임기의 병원장에 처음 취임했다.
이후 2016년 한 차례 연임한 뒤 지난해 말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자 병원장 자리를 지키며 수사가 마무리되길 기다렸다.
이씨와 김씨는 2013년 3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병원 법인카드 8개를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소속 국장급 공무원 허모(56)씨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씨는 길병원 법인카드를 건네받아 유흥업소·스포츠클럽·마사지업소·국내외 호텔 등지에서 3억5천만원가량을 사용하고 길병원이 대신 결제하도록 했다.
그는 2012년 연구중심병원 선정 주무부서 근무 당시 길병원 측에 정부 계획과 법안 통과 여부, 예산, 선정 병원 수 등 정보를 제공했고 길병원은 2013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돼 정부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병원으로부터 가지급금 명목으로 법인자금을 받아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의료분야를 담당하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병원 소재지인 인천지역 국회의원 15명 후원회에 불법 정치자금을 낸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자금으로 정치후원금을 내는 행위는 금지된다. 이씨는 길병원 재단 직원·의사·가족 등 17명 명의로 이들 의원 후원회에 10만원부터 많게는 1천만원까지 후원금 총 4천6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길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경찰이 압수수색을 한 상황에서 병원장이 갑자기 자리에서 물러나면 책임을 회피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어 임기가 끝났음에도 계속 지위를 유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장과 비서실장이 계속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고 보고 재단 측이 인사 조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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