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파리협정 탈퇴 선언 1년…앞으로가 더 걱정
미국·국제사회 자발적 참여 자극은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협약인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지 지난 1일로 만 1년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 탈퇴 선언에 따른 자극 효과로 미국 내에서는 물론 국제사회도 이산화탄소(CO2) 감소에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등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앞으로의 결과가 우려스러운 움직임도 있었다는 것이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들의 평가다.
미국 내에서는 제리 브라운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이 주도하는 '미국의 약속'(America's Pledge) 운동이 나섰다. 주 정부와 시 당국 등과 기업, 대학 등이 자발적으로 CO2 배출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비(非)연방당국의 기후변화 대응 조치와 클린에너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로 CO2 배출량은 지난 25년 사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선언 이후에 200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9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전력생산 시설이 추가되기도 했다.
이런 자발적인 감축 노력은 몇몇 사람이 아니라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비영리환경연구기관인 세계자원연구소(WRI)에 따르면 미국 경제와 인구의 절반 이상을 대표하는 기업과 행정당국이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채택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신기후연구소(New Climate Institute)의 니클라스 호네 교수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재생에너지 개발이 지금처럼 긍정적으로 지속하고 각 주 정부와 시 당국, 기업들의 약속이 이행되면 미국은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지만, 그 의무는 여전히 이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제사회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탈퇴선언에 대한 반사적 움직임이 뚜렷하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다른 나라들도 이를 뒤따를까 걱정됐지만, 오히려 시리아와 니카라과가 파리협정에 추가로 가입했다.
영국과 캐나다는 에너지생산에서 석탄을 단계적으로 퇴출하기로 약속한 20개국 연합체를 출범시켰다. 독일, 인도 등을 포함한 여러 나라가 2024년에서 2040년 사이에 휘발유와 디젤 차량을 단계적으로 퇴장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부정적 측면이 많다.
미국의 탈퇴 선언 이후 중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협정 이행 의지는 현저히 약화했다. CO2 최대 방출국인 중국은 선진국만 감축 의무를 지는 방향으로 되돌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모두 동참하는 줄 알고 무리인 줄 알면서도 협정에 서명한 국가들 입장에서는 협정이행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015년에 체결돼 2020년부터 발효되는 파리협정은 선·후진국 가리지 않고 CO2 저감 의무를 지우고 있다. 오늘 12월 폴란드 남부 카토비체에서 열리는 회의를 통해 국가별 이행세칙을 확정할 계획이지만 그 과정이 순조롭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다 트럼프 행정부가 개발도상국과 빈국의 CO2 저감 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녹색기후기금(GCF) 출연을 보류함으로써 실질적 재정적 타격도 있다. 총 100억 달러의 GCF 목표액 중 미국은 30억 달러를 출연키로 약속하고, 오바마 행정부 때 10억 달러를 냈지만, 나머지 20억 달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후변화 탈퇴 선언과 함께 보류했다. 이는 개발도상국과 빈국의 CO2 저감 노력과 의지를 크게 약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 이후 긍정적 측면이 이어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미국 탈퇴에 따른 추진력 약화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의 상황이 더 우려된다.
미국 조지타운대학 기후센터의 빅키 아로요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누구도 우리가 (탈퇴선언 이전보다) 더 나은 입장에 있다고 주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상황이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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