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전지를 가다] 홍 대표 고향 창녕군수선거 '이변' 일어나나
민주 변호사 배종열 "백중세서 상승 무드", 한국 법무사 한정우 "백중 우세, 이변 없다"
(창녕=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 더불어민주당 박영선·설훈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 여야 유력 정치인들의 공통점은 모두 경남 창녕군 출신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연고를 중시하는 풍토가 강한 한국 정치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이번 지방선거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리라는 점을 암시한다.
인구 6만4천 명에다 농업 비중이 크고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했던 창녕군 선거판이 요즘 심상찮다는 이야기가 적잖게 나온다.
4년 전 지방선거 때만 해도 새누리당 소속 현 김충식 군수가 두 무소속 후보에 맞서 무려 76.80%란 높은 득표율로 3선에 성공한 바 있다.
무소속 두 후보는 14.88%와 8.31%에 그쳤다.
김 군수는 8년 전 제5회 지방선거 때도 과반이 넘는 58.20%의 득표율로 역시 무소속 두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렸다.
그랬던 창녕군수 선거판에서 변호사인 민주당 배종열(56) 후보가 법무사인 한국당 한정우(61) 후보에 맞서 "백중세에서 상승 무드를 타고 있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당 한 후보 측은 "초반 크게 벌어졌던 격차가 좁혀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가 백중 우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변은 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여기에 창녕군수와 도의회 의장을 지낸 김종규(69) 후보와 군수 출마 경험이 있는 하강돈(69) 후보가 무소속으로 나섰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고공행진 등에 힘입어 영남을 '텃밭'으로 치부해온 한국당에 비해 높은 정당 지지율을 보이는 등 분위기가 이전과 달라진 것은 사실이다.
창녕에서 눈에 띄게 지각 변동이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아무래도 민주당 창녕 출신 유력 정치인과 '독수리 5형제' 등이 잇따라 내려와 대형 이벤트를 벌이면서부터라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지난달 23일 오후 7시 창녕군 경화회관에선 배종열 후보 등 민주당 후보를 격려하기 위해 '독수리 5남매, 친구 따라 경남 간다'란 제목의 토크 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엔 창녕 출신 박영선·설훈 의원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의령 출신 안민석, 산청 출신 김병욱, 하동 출신 신동근, 남해 출신 김두관 의원 등 경남에 연고를 둔 정치인들이 총출동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김해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도식에 들렀다가 창녕으로 이동했다.
지난달 26일 배 후보 사무실 개소식 때도 민주당에서 창녕 출신 김태랑 민주당 고문과 박영선 의원을 비롯해 송영길 의원, 민홍철 경남도당 위원장, 경남지사를 지낸 김두관 의원, 김경수 경남지사 후보 등이 대거 참석했다.
여기에다 대표적 보수단체인 재향군인회 김진호 중앙회장, 해병전우회 중앙회 이호연 총재 등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박영선 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배종열 후보가 당선돼야 대통령과 경남지사, 창녕군수가 소통해 창녕에 예산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라며 배 후보 지지를 당부했다.
이에 비해 한국당 한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는 참고용에 불과하다"며 "지지율 조사에 연연하지 않고 군민만 바라보고 묵묵히 갈 뿐이다"라고 결연한 각오를 드러냈다.
민주당 출신 유력 정치인들의 고향 방문에 대해 한 후보는 "(그분들이) 고향을 걱정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라며 "이번 선거는 지역 일꾼을 뽑는 선거며 판단은 군민들이 할 것"이라고 애써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군수 보궐선거에서 한 차례 완주했으며 6번 낙천하고 7번째에 성공, '6전 7기'에 도전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이번엔 공천장을 거머쥐었지만, 공천 후유증이 적지 않은 점은 그로선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경선에 참여했던 일부 인사는 탈당 후 상대인 배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일부 인사는 한 후보측에 적극 합류하지 않아 지지자 일부가 배 후보 쪽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 도당 부위원장과 홍보위원장 등을 지낸 강모택 씨는 "그동안 당을 지켜왔는데 낙천 후 용도 폐기된 느낌에 실망과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며 탈당을 공식화했다.
그는 오는 4일 오후 창녕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탈당과 함께 배종열 후보 지지를 선언할 예정이다.
한 후보는 "그동안 공천에서 탈락한 적이 많지만, 항상 승복하고 당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창녕은 보수색이 강한 곳이다. 속단하지 않고 최후의 일각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창녕 유권자들 사이에선 군수 후보들을 놓고 여야 구분이 잘되지 않고, 보수도 없고 진보도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배 후보 역시 한국당 경남도당 부위원장까지 맡고 있다가 지난 2월 탈당, 민주당에 입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창녕군선관위가 경로당과 마을회관 등에 달력을 배부한 혐의로 배 후보 측을 검찰에 고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후보 본인은 지역에서 오랫동안 변호사 업무를 보면서 관행적으로 해온 일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선거엔 한나라당 시절 창녕군수를 역임했던 김종규 후보도 뒤늦게 출마했다.
그는 30만 평 규모의 지방산업단지 조성, 온천 특구 내 부곡하와이 정상화, 대합미니복합타운과 연계한 인구유입, 낙동강 변 유채단지와 연계한 농공복합 주거권역 조성 등을 공약했다.
하강돈 후보는 "제 생애 마지막으로 세 번째 군수직에 무소속으로 도전한다"며 전 도심지와 농촌 마을 주차난 해결, 부곡온천과 창녕경제 회생을 위해 최선의 방안을 찾아 바로 시행하겠다"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한국당이 홍준표 대표 고향인 창녕에서 민선 7기 군수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 민주당이 야당 대표 고향 기초단체장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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