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계, 무역전쟁 점화에 일제히 우려 표명
260만명 일자리 위협받을 수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미국 재계가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 확대에 일제히 우려를 표시하고 나섰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업종별 이익단체들은 캐나다와 멕시코, 유럽연합(EU)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이 글로벌 무역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투자를 저해하며 일자리 감축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금속제조·수요자연대는 성명에서 "미국의 원자재 공급을 제한하고 최우방들의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국내 제조업체들을 직접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미국 철강 수요자들의 구매 비용은 이미 가파르게 오른 상태다. 스탠더드 앤드 글로벌 플래츠에 따르면 벤치마크 제품 가격은 올해 들어 서북유럽에서 2%, 아시아에서 8%가 각각 올랐지만 미국에서는 37%나 급등했다.
미국의 1분기 철강 수입량 중 캐나다와 멕시코, EU가 차지하는 비중은 44%다.
캐나다와 멕시코는 즉각 미국산 돼지고기와 사과, 요구르트, 화장지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응수했고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보복 계획이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 농업단체 '자유무역을 위한 농민'은 이번 결정이 "미국산 농산물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를 매길 문을 열어놓은 것"이라고 말하고 미국 농민들을 국제시장에서 퇴출해 결국 한계점으로 몰고 가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철강업계는 이번 결정을 반겼다. 미국철강연구소의 톰 깁슨 회장은 "우리 국가, 경제 안보에 중요한 철강산업을 강화해줄 조치를 취했다"며 감사를 표시했다.
반면에 자동차와 트럭 생산업체를 비롯한 수요 업계는 실망과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자동차와 트럭 업계는 지난해 미국 철강 수요의 27%를 차지했다.
미국화학업협의회의 캘 둘리 회장은 철강 가격의 인상으로 이미 예정돼 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가 지연 또는 취소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철강 가격의 인상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사례도 없지 않다.
미국 농기계·건설장비 회사인 디어의 라제시 칼라투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컨퍼런스 콜에서 철강 가격 상승 탓에 자재조달 비용이 올해의 예상치를 넘어섰다면서 제품 가격 인상과 비용 절감을 통해 이를 상쇄할 것을 낙관했다.
미국은 조지 W.부시 대통령 시절에도 수입 철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 적이 있다. 한 연구 결과 당시의 관세 부과는 20만명의 일자리를 박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CNN머니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전쟁이 260만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톰 도너휴 회장 겸 CEO가 이사회에 전달한 메모에서 이처럼 대대적인 피해를 예상했다는 것이다. 도너휴 회장이 제시한 전망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미 실행하거나 공언한 관세는 물론 미국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가능성까지 감안한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펴보면 NAFTA 탈퇴로 180만명,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로 13만4천명,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47만명,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로 15만7천명의 일자리가 각각 위협받는 것으로 돼 있다.
재계 단체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도 블로그에서 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에 나설 수 있다면서 기업은 물론 노동자들에도 피해를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도너휴 회장은 메모에서 무역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을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관세는 세금일 뿐이며 수출국들이 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인들이 낸다는 점을 기억해둘 만하다"고 덧붙였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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