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대국민 사과 역대 다섯번째…김명수 들어 두번
金대법원장 '2차조사 발표' 후 고개 숙인지 넉달 만에 다시 담화문
양승태 전 원장도 2016년 '정운호 뒷돈' 사태로 사과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31일 '재판 거래' 파문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담은 입장을 냈다.
김 대법원장의 이날 사과 발언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 25일 조사결과를 발표한 지 6일 만에 나왔다. 대법원장이 담화문을 낸 것은 역대 다섯 번째다.
이번 담화문 발표는 조사단의 조사결과 발표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퇴행적 행태가 드러나자 사회적으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법원 내부에서도 갈등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왔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두고 볼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대법원장은 담화문에서 "조사결과를 접한 순간 비참한 심정을 억누르기 어려웠다"며 "그러나 이번 특별조사 실시를 결단한 것은 지난 사법부의 과오와 치부를 숨김없이 스스로 밝혀냄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질책을 사법부 혁신의 새로운 계기로 삼고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징계를 신속히 진행할 것이며 조사자료 중 의혹 해소를 위해 필요한 부분의 공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번 조사결과는 현 사법행정과 법관인사 시스템으로는 사법행정 담당자가 권한을 남용해 사법부의 존립기반 자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뼈아픈 현실을 확인시켜 줬다"며 "관련자에 책임을 묻는 절차와 별개로 사법행정권 남용을 방지할 제도적 장치를 서둘러 마련하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법원행정처를 비롯한 사법행정 담당자가 사법행정권이라는 이름 아래 재판의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를 봉쇄하고, 이를 위반하는 행위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며 "앞으로는 이런 시도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법원 내·외부로부터의 법관독립 침해 시도에 대응하는 '법관독립위원회'(가칭) 설치,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 사법행정 담당자가 지켜야 할 윤리기준의 구체화 등 제도 보완을 즉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김 대법원장은 밝혔다.
김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4일 법원 추가조사위원회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조사결과 발표 후 대국민 담화문에서 사과한 것까지 포함하면 대법원장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역대 다섯 번째다.
1995년 인천지법 집달관 경매입찰 보증금 횡령비리 사건 당시 윤관 대법원장이, 2006년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 1억 원 수수 사건 때 이용훈 대법원장이 각각 사과문을 내놓았다.
이번 '재판거래 파문'의 한복판에 서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2016년 9월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김수천 부장판사 뇌물 비리 사건이 터지자 대국민 사과문을 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1월 24일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관련 2차 조사결과 발표가 나자 "조사과정에서 나온 문건 내용은 사법부 구성원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사과 입장을 냈다. 그러나 3차 조사결과에서 행정처가 박근혜 정부 청와대와 '재판 거래'를 하려 한 정황이 드러나자 불과 4개월 만에 국민 앞에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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