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교육정책 잇단 제동…주요 현안 '핑퐁게임' 지적도
수능 절대평가 백지화 전망…성취평가제·자사고-외고 정책도 '주춤'
(서울=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과정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가능성이 작아지고 수시·정시모집 통합도 백지화되면서 현 정부가 내놓은 '교육 청사진'이 계속 흐트러지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논란거리에 관해 책임 있는 판단이나 결정을 내리는 대신 '위원회' 논의나 '시민평가단' 구성 등 우회적 대안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면서 책임을 미루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는 데 대한 지적도 나온다.
31일 교육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능 절대평가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할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려면 객관식 줄 세우기 시험인 수능으로 학생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진보진영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절대평가 과정을 거쳐 자격고사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수능 절대평가는 국정과제에서 제외됐지만, 교육부는 지난해 2021학년도 수능 개편을 추진하면서 절대평가 확대를 추진했다.
하지만 절대평가 개편은 당시 여론 반발에 부딪혀 유예됐다.
학생부를 둘러싼 신뢰도 논란이 큰 상황에서 수능을 절대평가할 경우 변별력이 떨어져 수능 대신 학생부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학생·학부모 우려 때문이다.
결국, 교육부가 1년 뒤인 올해 8월 새 입시제도를 들고나오겠다고 했지만 해결된 쟁점은 없다.
교육계에서는 대선 공약과 달리 결국 정시모집 비중이 늘고 수능도 상대평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수능을 중심으로 하는 정시모집 확대 촉구 움직임이 커진 가운데 교육부가 '수시 쏠림'의 문제점을 인정했고, 수능-학생부전형의 결정 비율을 시민들이 결정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음 대입제도 개편은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교육 현장의 안정성 등을 두루 고려해 더 시간을 갖고 2025년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논의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번 정부에서 수능 절대평가는 어려워진 셈이다.
내신 성취평가제 등 다른 교육정책도 제 속도를 못 내는 것은 마찬가지다.
성취평가제는 고교 내신을 A, B, C, D 형태의 개인 성취도로 나타내는 일종의 절대평가다.
일선 고교에서 시행되고 있지만, 대학 입학전형에서는 상대평가 방식으로 매긴 내신 '등급'이 반영된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당국은 학생의 내신 부담을 줄이고자 대입에서도 상대평가 등급이 아닌 절대평가 성취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학생들이 다른 학생과의 경쟁에 몰두하기보다는 진로·적성에 맞는 교과목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하다는 주장이 컸다.
<YNAPHOTO path='PYH2018053116490001300_P2.jpg' id='PYH20180531164900013' title='대입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하는 김진경 위원장' caption='(서울=연합뉴스) 김승두 기자 = 김진경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 위원장 겸 국가교육회의 상근위원이 3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학입시제도 개편 공론화 범위 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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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발표하기로 했던 성취평가제 적용 시기 등은 대입개편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역시 대선 공약이었던 자사고·외고 폐지 방침도 일괄 폐지가 아니라 일반고보다 우수 학생을 먼저 뽑지 못하도록 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사회적 논란이 큰 방안을 두고 교육 당국 안팎에서 '핑퐁게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대입개편은 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 개편 특위→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하청' 구조라는 비판이 크다.
이에 더해 이날 대입 특위는 시험과목 개편의 경우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며 다시 교육부가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수능 시험과목 개편은 교육부가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함께 추진했다가 결론을 내지 못한 부분이다.
교육부가 국가교육회의와 대입 특위에 맡겼지만 9개월 만에 결론 없이 다시 교육부로 돌아온 셈이다.
이처럼 '백년대계' 기틀을 세워야 할 교육 당국이 논란거리 핵심 현안에 책임 있는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여론과 교육 현장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면서 '하청' 내지 '핑퐁' 행정을 이어가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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