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승무원들 "'재판거래 문건' 등장 해고정당 판결 재심해달라"
해고 승무원들 대법원장 비서실장 면담서 '직권재심' 요청
재판부 심리과정에 불법행위 입증돼야 재심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행정처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KTX 승무원 재판' 등을 협상카드로 삼아 박근혜 정부를 설득하려 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KTX 해고 승무원들이 이 재판의 재심을 요청했다.
김승하 KTX열차승무지부 지부장 등 해고 승무원들은 30일 오후 2시 40분께 대법원에서 김환수 대법원장 비서실장을 면담한 뒤 "직권재심을 해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런 요구에 김 비서실장은 "대법원장께 정확하게 전달하겠다"는 입장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직권재심이란 형사판결에 재심사유가 발견된 경우 검찰이 피고인을 대신해 법원에 재심을 청구하는 제도다. 'KTX 승무원 재판'은 해고된 승무원들이 회사로 상대로 낸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직권재심'이라는 개념이 없다.
결국 해고 승무원들의 요구는 법원의 협조를 얻어 재심을 청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김 지부장은 "불법행위를 한 법원이 스스로 재심 절차에 나아가야 한다는 의미에서 직권재심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심은 재판에 관여한 법관이 그 사건에 관해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경우나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을 두고도 재판부가 판단을 하지 않은 경우 등에만 할 수 있다.
KTX 승무원 재판도 재심을 하려면 이 같은 까다로운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가령 재판 과정에 부당한 개입이나 지시가 있고, 재판부 소속 법관이 불법적인 수준의 자의적 판단을 내린 경우에 재심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부당한 개입과 불법적 판단이 입증돼야 하는 만큼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의 상고심 재판은 대법원 1부가 맡았다. 고영한 대법관이 주심을 맡았고, 이인복 전 대법관과 김용덕 전 대법관, 김소영 대법관 등이 같은 부 소속이었다.
이날 해고 승무원들은 대법원장 직접 면담과 철저한 진상조사, 자료 공개, 구체적인 피해 대책 마련 등도 요청했다.
전날 해고 승무원 10여명은 대법원 대법정을 기습 점거해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그리고 청와대와 거래한 자들은 사법정의를 쓰레기통에 내던졌다"며 재판 결과에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이에 대법원이 해고 승무원 대표들과 면담을 하기로 하면서 시위가 정리됐다.
해고 승무원들은 2006년 5월 정리해고됐다. 해고되기 전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승무원들은 자회사로 이적하라는 코레일 측의 제안을 거부하자 해고를 통보받았다.
이들은 2009년 1월 코레일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를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42부는 그해 8월 코레일이 승무원들의 실질적 사용자라며 해고 승무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인 서울고법 민사1부는 코레일의 손을 들어줬고, 대법원은 2015년 2월 해고가 정당하다고 최종 판결을 내렸다.
hyu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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