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오는 김영철, 어디서 묵고 만나나…'베일 속' 동선과 숙소
2000년 워싱턴 방문한 조명록, 2007년 뉴욕 찾은 김계관과 비슷할 듯
미 정부 경호원과 리무진 등 투입해 경호·의전에 공 들일 전망
뉴욕 시내 고급호텔서 투숙하고 고위급회담 가능성…트럼프 만날지 관심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양국 고위급 회담에 참석하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동선과 일정에 지구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고위급 회담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벌일 '세기의 핵담판' 성공 여부를 점칠 일종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00년 10월 조명록 북한군 차수(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이후 미국을 방문한 가장 높은 북한 인사라는 사실도 주목도를 더욱 높인다.
역대 북한 고위급 인사의 방미 일정을 되짚어 보면 김 부위원장은 미국 정부가 제공하는 삼엄한 경호를 받으며 뉴욕 시내 고급 호텔에 투숙할 가능성이 크다.
2000년 조명록 차수나 2007년 3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의 방미 때 미 정부는 국무부 소속 외교경호실(DSS) 요원들을 파견하고 리무진 차량을 투입하는 등 이례적인 예우를 한 바 있다. 리무진 차량의 경호를 위해 다수의 경찰관을 동원해 고속도로를 차단하는 등 경비에 만전을 기하기도 했다.
김 부상의 경우 입국장소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북한 대표단 일부를 먼저 공항관계자 출구로 내보내 취재진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린 뒤 국내선 출구를 통해 유유히 김 부상을 빼돌리는 '007 작전'이 펼쳐졌으며, 다음날 뉴욕 이동 시에는 아예 공항 계류장에서 김 부상을 리무진에 태워 취재진 접근을 원천봉쇄했다.
이번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세계적인 주목도를 고려하면 김 부위원장 경호와 의전은 그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30일 오후 1시 뉴욕행 중국 국제항공 CA981 항공편을 결제한 것으로 알려져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비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각각 워싱턴 DC, 뉴욕으로 향했던 조 차수와 김 부상과는 동선에 차이가 있다.
이는 정상회담 예정일인 6월12일까지 불과 2주도 남지 않았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일정 위주로 동선을 간소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첨단 통신기업을 방문했던 조 차수나 민간 세미나에 참석하고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관람했던 김 부상의 사례와 같은 '번외 일정'은 전혀 마련하지 않았거나 최소화했을 것이 유력하다.
뉴욕에서 김 부위원장의 숙소는 2007년 김 부상과 같은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 호텔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 호텔은 지난해 9월 유엔 총회 참석차 방미한 리용호 외무상이 머물렀던 곳이기도 하다.
다만 밀레니엄 힐튼 유엔플라자는 통상 북한의 실무 외교관료들이 머물렀다는 점에서 고위급인 김 부위원장이 좀 더 고급 호텔을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김 부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어디서 만나 정상회담 사전 조율을 할지도 관심거리다.
2007년 김 부상이 크리스토퍼 힐 당시 국무부 동아태차관보와 만나 실무그룹 회의를 한 장소는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 내 유엔 주재 미국대사 관저다.
이런 사례를 고려해 이번 북미 고위급 회담도 같은 곳에서 열 가능성이 있지만, 경비가 더욱 삼엄한 장소를 물색할 수도 있다.
만약 김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과의 고위급 회담을 마치고 워싱턴으로 이동할 경우에는 2000년 '북미 공동 코뮈니케'를 도출한 조 차수의 동선을 참고할 수 있다.
당시 조 차수는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 도착해 백악관에서 4블록 떨어진 최고급 숙소인 메이플라워 호텔에 투숙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특사 자격으로 방미했던 조 차수는 백악관을 방문해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따라서 김 부위원장이 워싱턴을 들른다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만나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또는 구두 메시지를 전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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