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영의 기원
애주가의 결심·제명공주·삼귀·나를 넘어 당신 안에서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 1981년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한 이사라 시인의 새 시집.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이별이 아플 수 있을까', '없는 가족도 자리잡고 앉는 밤', '서럽게 어렵게 뜨겁게', '잠 속에서도 잠만 잤다' 등 4부로 구성됐다.
"하늘빛이 한번 크게 흔들린다//떠나는 사람/남는 사람/그 일이 언제나 그런데//그리고/하늘은 늘 그 하늘로 돌아오는데//사람은 어떻게 그렇게/이별이 아플 수 있을까//어느 날 하늘이 문득 흐려지는 이유가 있겠지만//사람이라서/더 크게 울 수 있는 사람이라서/여기까지 빗방울을 뭉쳐왔을까//사랑하는 사람들 떠난 가슴에/사람은 어떻게/어렵사리 새길을 내나//어떻게/안 오던 비가 오고/또다시/새 꽃이 피나" ('사람이 어떻게' 전문)
문학동네. 148쪽. 8천원.
▲ 영의 기원 = 신예 작가 천희란의 첫 소설집.
2015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을 통해 등단한 작가는 심사 시작 5분 만에 만장일치로 당선이 결정됐을 만큼 소설의 독특한 매력과 문장력을 인정받았다.
'어떻게 죽음을 인식하고 기억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이 이 소설집에 실린 8편을 관통한다.
작가는 주로 여성 화자를 내세우거나 화자 주위의 여성을 관찰하고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해 페미니즘을 투영한다. 급작스럽게 찾아온 친구의 죽음을 성찰하는 이야기인 표제작 '영의 기원'을 비롯해 사회적 약자가 강요받는 부당한 죄의식을 지적하는 '신앙의 계보', 예술가이자 성소수자인 여성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다섯 개의 프렐류드, 그리고 푸가' 등 작품이 눈에 띈다.
현대문학. 332쪽. 1만3천원.
▲ 애주가의 결심 = 올해 한경신춘문예 당선작인 은모든 작가의 장편소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다양한 술집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애주가들의 각양각색 진솔한 이야기를 따뜻하고 경쾌하게 그렸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여앉아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해버리는 데서 끝내지 않고 점차 여린 내면과 아픈 상처를 드러내며 마음을 나눈다.
한경신춘문예 심사위원인 소설가 전성태는 이 작품을 "섬세하고 리드미컬한 문장으로 전하는 상실과 단절, 소통과 연대에 대한 공감력과 그 위무의 힘이 간단치 않았다"고 평했다.
은행나무. 248쪽. 1만2천원.
▲ 제명공주 1·2 = '한복 입은 남자'로 독자를 모은 이상훈 작가의 역사소설.
이 소설은 일본의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천황인 일본의 35대 고교쿠 천황(재위 642~645년)이 백제의 공주인 '제명공주'라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제명공주가 한일 양국 고대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임에도 일본 역사에서는 다뤄지지 않고 우리 역사에서는 아예 기록 자체가 없어 오늘에 전해지지 않고 있는 비운의 여인이라고 말한다.
이상훈 작가는 1987년 KBS 공채 14기 PD로 입사해 많은 히트작을 연출했고, SBS 개국 멤버로 다수의 예능 프로그램과 시트콤을 기획·연출했다. 동아일보 채널A 제작본부장으로 채널A 전체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했다. 영화계에도 진출해 '돈텔파파', '마파도 2'를 연출했다.
박하. 세트 684쪽 2만7천원.
▲ 삼귀 = 일본 미스터리 문학 거장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 연작소설.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괴담을 이어가는 '백물어' 시리즈 중 하나다.
'미망의 여관', '식객 히다루가미', '삼귀', '오쿠라 님' 등 네 편이 담겼다. 절품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귀여운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이야기, 고립된 산간마을 사람들 곁에서 그들의 일을 도와주던 산속 귀신에 관한 이야기 등이 다체롭게 펼쳐진다.
김소연 옮김. 북스피어. 658쪽. 1만6천800원.
▲ 나를 넘어 당신 안에서 = 한국가톨릭문인회 담당사제인 김산춘 서강대 철학과(미학) 교수의 에세이.
그는 1985년 예수회에 입회, 로마 그레고리안대학교 신학부를 졸업하고 1993년 사제품을 받았다.
이 책은 그가 사제품을 받은 1993년부터 최근까지 신문, 잡지, 소식지 등에 기고한 글을 주제와 성격에 따라 구성·편집한 것이다.
그는 학문(지성)과 종교(영성), 예술(감성)을 동시에 수행할 길을 모색한 끝에 사제의 길을 택했다. 사제 생활에 수반되는 여러 현실적인 어려움을 듣고도 끝내 사제의 길에 들어선 것은 운명에 가까운 섭리였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글에는 언제나 신을 향한 깊고도 간절한 사랑과 염원이 담겨 있다.
문학수첩. 288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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