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정우람 "마무리 투수들의 부진, 마음 편치 않아요"
"블론세이브도 경험…정면돌파하기를"
(대전=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2018년 KBO리그에서 확실하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투수는 정우람(33·한화 이글스)뿐이다.
정우람은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 등판해 9회를 삼자범퇴로 막고 시즌 18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그의 성적은 2승 18세이브 평균자책점 0.82다. 구원 공동 2위 함덕주(두산), 정찬헌(LG 트윈스, 이상 10세이브)과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격차는 더 커진다. 정우람은 2018년 KBO리그 유일한 평균자책점 0점대 마무리 투수다. 그를 제외하면 평균자책점 1점대를 유지하는 마무리도 없다.
곳곳에서 '마무리 잔혹사'가 이어져, 정우람의 가치는 더 상승한다.
하지만 23일 대전에서 만난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들이 부진하다는 말이 들려올 때면 내 마음도 편치 않다"고 했다.
그는 "모든 선수가 1승을 만들고자 힘을 모은다. 선발, 중간 계투, 야수진들이 만든 리드를 마무리 투수가 지키지 못하면 미안한 마음이 정말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연히 내 목표는 한화의 승리다. 하지만 넓게 보면 선수들 모두가 동업자다. 특히 나는 같은 일을 하는 마무리 투수가 받은 압박감을 잘 아니까, 다른 팀 마무리가 블론세이브(구원 실패)를 범했을 때 마음이 쓰인다. 남의 일 같지 않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정우람도 '실패'를 경험했다. 실패를 딛고 올라서니 그 자리가 '정상'이었다.
정우람은 "마무리 투수 대부분이 30세이브, 40세이브가 아닌 '블론세이브를 최소화하자'는 각오로 시즌을 시작한다. 하지만 블론세이브를 피할 수는 없다"며 "나도 올 시즌 블론세이브를 한 차례 했고, 정말 미안했다. 하지만 실패한 과거에 얽매이면 자신도, 팀도 힘들어진다. 블론세이브도 경험이다. 그걸 딛고 일어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무리 투수들에게 가장 큰 상처는 특정 팀 상대 연속 블론세이브다.
정우람은 "내가 조언을 할 위치는 아니지만"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그런 트라우마와도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시즌 초에 어려움을 겪은 마무리 투수들이 정면돌파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2008년과 2011년 홀드왕을 차지했다. 올 시즌 세이브 1위에 오르면 조웅천, 정재훈에 이어 KBO리그 역대 3번째로 '홀드왕, 구원왕을 모두 차지한 투수'가 된다.
의미 있는 시즌을 보내면서도 정우람은 같은 고민을 하는 다른 팀 마무리 투수를 감싸 안았다.
많은 후배 투수가 "정우람 선배를 닮고 싶다"고 말한다. 한용덕 한화 감독 등 지도자들도 "정우람처럼 하라"고 한다. 마운드에서도, 라커룸에서도 정우람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는 의미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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