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산입범위 쟁점은…상여금 등 포함 놓고 찬반 팽팽
경영계 "기업 부담 덜기 위해 불가피" vs 노동계 "최저임금 인상 효과 반감"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회가 논의 중인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방안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는 오는 24일 고용노동위원회 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을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논의를 재개할 예정이지만, 타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은 노동계와 경영계 모두 양보하기 힘든 '제로섬' 게임이기 때문이다.
23일 고용노동부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환노위가 논의하고 있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는 정기상여금 등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경영계에서 제기됐다.
올해 적용되는 최저임금이 7천530원으로, 전년 대비 인상률은 16.4%에 달해 기업의 부담이 큰 만큼, 산입범위를 넓혀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주장이다.
현행 법규상 최저임금에는 기본급, 직무수당, 직책수당 등 매월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만 포함된다. 매월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하더라도 산정 사유가 1개월 이상이면 최저임금에서 제외된다.
경영계는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매월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의 경우 산정 사유와는 상관없이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국내 임금체계에서 기본급 비중이 작은 반면, 상여금 비중은 크다는 점도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상여금을 뺀 채 최저임금을 높이면 상여금을 많이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혜택이 상대적으로 커져 노동자 간 격차가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환노위에서도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데는 여야 간 대체적인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 일각에서는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급식비, 통근비, 숙박비 등 복리후생 수당도 최저임금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서는 환노위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사업장 위치에 따라 노동자에게 숙박비 등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것은 저소득 노동자의 소득 증진을 위한 최저임금 인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노동계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것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떨어뜨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면 정부 공약대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더라도 실질적인 소득 증진 효과는 반감된다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의 임금 삭감 효과는 매우 크다"며 저임금 조합원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를 담은 정책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에 정기상여금을 포함할 경우 내년도 저임금 노동자의 예상 임금은 현행 최저임금 체계로 받을 임금보다 10.6% 적었다. 정기상여금뿐 아니라 급식비와 통근비까지 최저임금에 산입하면 그 격차는 51.3%까지 벌어졌다.
민주노총은 "정기상여금의 경우, 4∼5명 중 한 명이 수령하고 있으며, 수령자 평균 금액이 11만4천410원에 달한다"며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될 경우 수령자들의 임금 삭감 폭은 매우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
양대 노총인 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또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는 노동계가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환노위에서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이 노동계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으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최저임금위원회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산입범위 조정 문제가 환노위로 넘어간 직접적인 원인은 최저임금위가 지난 3월 합의 도출에 실패한 데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당시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최저임금위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이며 최근 새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에서 다시 논의하면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문제를 둘러싼 입장차가 현격해 환노위에서 표결 처리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환노위 표결 처리로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확대될 경우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은 지난 22일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에 반발해 노사정위원회를 포함한 사회적 대화에 불참할 뜻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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