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성운동·동맹 대표, 오늘 대통령 만나 총리 후보·연정합의안 승인 요청
디 마이오 노동장관·살비니 내무장관 '물망'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의 두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으로 구성된 연합 정부를 이끌 총리 후보로 정치 경험이 거의 전무한 법학자 겸 변호사가 천거됐다.
루이지 디 마이오 오성운동 대표는 21일 오후(현지시간) 로마의 대통령궁에서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을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법학 교수인 주세페 콘테(54)를 총리 후보로 대통령에게 천거했다고 밝혔다.
디 마이오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번 선택에 자부심을 느낀다. 주세페 콘테는 오성운동과 동맹이 합의한 연정의 수장이 될 것이며, 그는 이탈리아인들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 마이오 대표와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는 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최종 타결된 두 정당의 국정 운영안과 총리 후보, 내각 명단을 공식적으로 보고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요청했다.
오성운동과 동맹이 총리 후보로 합의한 콘테 교수는 대중적으로는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 겸 법학교수로 오성운동의 당원이다.
불필요한 관료주의 혁신을 주창해온 그는 총선 전 오성운동이 발표한 내각 후보 명단에 공공행정·탈관료주의 부처의 장관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남부 풀리아 출신으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미국 예일대, 프랑스 소르본 대학 등 세계 유수 대학에서 수학하거나 연구한 그는 현재 로마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면서 피렌체대학과 로마 루이스대학에서 사법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오성운동은 디 마이오 대표를 총리 후보로 올리는 방안에 대한 희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으나, 살비니 대표의 완강한 반발에 부딪혀 콘테 교수를 절충안으로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에 디 마이오 대표는 오성운동의 대표 공약인 빈민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 약속을 실천하기 위해 노동·복지부 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 언론은 예상하고 있다.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고 약진한 살비니 대표는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내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디 마이오 대표는 이날 마타렐라 대통령을 만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 "오늘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에 접어들었다. (총선 후)80일 만에 도출한 연정 협상안에 전적으로 만족하며 향후 며칠 안으로 이탈리아가 새로운 길을 시작할 수 있게 되길 희망한다"며 대통령에게 연정 합의안을 승인해줄 것을 촉구했다.
살비니 동맹 대표 역시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이탈리아를 위한 매우 선명한 팀과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정 지출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여겨지는 포퓰리즘 정권 출범을 앞두고 유럽 주요국과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불안을 의식한 듯 "우리는 시작할 준비가 돼 있고, 어떤 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를 모든 것의 중심에 놓을 것이며, 경제를 성장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타렐라 대통령이 두 정당의 합의 내용을 승인하면 이탈리아는 약 11주에 걸친 무정부 상태에 종지부를 찍고,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부를 맞이하게 된다.
지난 3월 총선에서 33%에 육박하는 득표를 한 오성운동과 17%가 넘는 표를 얻은 동맹은 합산 의석이 과반을 웃도는 터라, 두 정당의 연정은 의회 신임투표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각 정당에 책임감 있는 정책 제시를 주문하고, 친유럽연합(EU) 노선을 포함한 이탈리아의 외교 정책이 일관성 있게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해온 마타렐라 대통령이 막대한 재정 지출이 수반되고, EU의 재정·이민 정책과도 상충되는 두 정당의 정부 구성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정부 구성에 있어)단순히 공증인의 역할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바 있어, 디 마이오 대표와 살비니 대표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숙고 기간을 거친 뒤 이르면 22일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이 출범할 수 있을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한편, 두 정당의 연정 협약은 압도적인 찬성으로 당원 투표의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18일 당의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온라인 플랫폼인 '루소'를 통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오성운동은 약 4만5천명의 당원이 투표에 참가, 이 가운데 94%가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19∼20일 전국 약 1천 곳의 광장에 투표소를 설치, 오성운동과의 연정에 대한 의견을 물은 동맹은 21만5천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91%가 지지를 표명했다고 발표했다.
일반 대중 10명 가운데 6명도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을 지지한다고 밝힌 사람은 약 60%에 달했다. 두 정당의 연립정부 출범 대신에 재투표를 원한다고 말한 사람은 약 25% 선에 그쳤다.
유례없는 포퓰리즘 정권 출범이 임박하며 금융 시장은 이날도 출렁였다.
시장의 투자 심리의 척도로 인식되는 이탈리아와 독일 국채 10년물 스프레드(금리차)는 오후 한때 189bp까지 치솟았다. 이는 작년 6월 이래 최고치다.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도 1.52% 하락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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