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된 여고 선후배…충북도의원 놓고 진검승부
보은여중·여고 3년 선후배 하유정-박경숙 후보 숙명의 일전
체급 올린 뒤 나란히 경선 승리…농촌서 보기드문 여성 맞대결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충북도의원 보은군 선거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여성 맞대결이 펼쳐질 전망이다. 그것도 중·고등학교 동문이면서 지난 4년간 보은군의회에서 한솥밥을 먹던 선후배 대결이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하유정(53) 예비후보와 자유한국당 박경숙(56) 예비후보다.
두 사람은 당내 경선에서 쟁쟁한 남성들을 따돌리고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치열한 경선을 거치면서 잔뜩 기세가 오른 상태여서 명승부를 펼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보은 토박이인 두 사람은 보은여중과 보은여고 3년 선후배다. 나이 차는 있지만, 좁은 지역이다 보니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사이다.
정계 입문은 후배인 하 후보가 앞섰다. 2010년 자유선진당 비례대표로 군의원 배지를 단 그는 4년 뒤 지역구(보은읍)에 도전장을 내 당당히 재선에 성공했다. 보은군의회 첫 여성 지역구 의원이 된 것이다.
상대인 박 후보는 2014년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군의원이 됐다. 그러고는 초선의 한계를 딛고 단숨에 후반기 부의장을 꿰차는 등 탁월한 정치력을 발휘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의원으로 체급을 올린 두 사람은 나란히 위기에 봉착했다.
두 후보 모두 3선 군의원인 전, 현직 의장을 지낸 거물과 나란히 맞닥뜨렸다. 그러나 이들은 주눅 들지 않고 당당히 승부를 펼쳐 승리를 일궈냈다.
인구 3만4천명에 불과한 보은군은 도의원 1명만 뽑는 단일 선거구다. 선거구가 군수와 동일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도의원에 당선되면 차기 군수 도전 1순위로 평가될 정도로 위상이 높다"며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두 사람의 정치운명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사람의 특이한 이력도 지역에서 화젯거리다.
하 후보는 청주대 음대와 이탈리아 파가니니 국립음악원을 졸업한 성악가(소프라노)다. 충청권 여러 대학에 출강한 경력이 있고, 충북음악협회 부회장도 역임했다.
정계에 입문하면서 음악과는 거리를 두고 살지만, 지금도 이따금 지역행사나 향토축제에 출연해 실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올해 청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도 그는 의원 신분으로 애국가를 불러 화제를 모았다.
선배인 박 후보는 충북도의원 선거에서 2차례 연속 고배를 든 남편을 대신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청주대 사범대학을 나와 10년 넘게 학원을 운영한 그는 2011년 박덕흠 국회의원 비서로 발탁되면서 정치와 인연을 맺었다.
지난 4년간 군의회 내 보수 진영을 이끌면서 하 후보 중심의 진보 진영과 대립각을 세웠다.
두 사람이 벌이는 선의의 경쟁에 대해 지역 여성계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정화 보은군 여성정치연맹 회장은 "높은 벽으로만 여겼던 도의원 선거에서 두 여성 후보가 맞대결하는 것은 기쁘고 고무적인 일"이라며 "여성 정치인의 자질과 능력이 향상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반겼다.
bgi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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