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무거워진 문대통령 방미… 북미중재 다시 속도붙이나
靑 "근본 원인은 비핵화 둘러싼 북미 이해 맞물리지 않은 것"
文대통령, 北 의중 설명하며 트럼프 설득하고 '당근' 부각할듯
'비핵화 여정 동행' 미중 사이 갈등 풀 수 있을지도 관건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박경준 기자 =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의 갈림길이 될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다각도로 대남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도 한층 복잡해지고 있다.
북한의 강경한 태도 돌변에 맞물려 순항하던 여정에 굴곡이 생기고 22일(현지시간)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때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문제의 난도 역시 한층 높아졌기 때문이다.
애초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최대 이슈는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론이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선언에서 '완전한 비핵화 실현'을 공동의 목표로 확인했고 이는 미국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근접한 것이라는 평가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 중재 역할의 핵심은 북미 사이에 남은 비핵화 방법론에 관한 견해차를 좁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두 차례 방북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는 등 북미 간 직접 접촉으로 통 큰 '담판' 가능성이 점쳐질 때만 해도 문 대통령의 구상이 차질없이 이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러나 최근 며칠 사이에 터져 나온 잇단 악재들은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에게 새로운 숙제를 안겼다.
북한은 앞서 미국을 향해서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강력한 경고장을 내밀었다.
김계관은 "우리를 구석으로 몰고 가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그런 대화에 더는 흥미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속해서 '선(先) 핵포기·후(後)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식 해법'을 거론하며 북한에 무릎꿇기를 강요하는 듯한 미국의 태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이해됐다.
김 부상은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진정성을 가지고 조미수뇌회담에 나오는 경우 우리의 응당한 호응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해 이번 담화가 미국의 태도 전환을 촉구하는 것임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과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발언을 비난한 데 이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급기야 탈북 종업원의 송환까지 요구하는 등 대남 압박의 수위도 있는 대로 끌어 올렸다.
청와대는 북한의 이러한 태도가 여태껏 진전된 비핵화 정세의 '판'을 근본부터 흔들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는 듯하다. 일종의 낙관론이다.
많은 전문가 역시 북한의 최근 행태는 한미정상회담과 다음 달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비핵화 협상 테이블 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분석한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결국 비핵화 방법을 둘러싼 북미 간 간극을 좁히는 것 외에도 북한의 잇따른 대남·대미 압박이 미국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데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하던 미국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 시 체제 보장', '한국형 산업모델' 등을 언급한 것은 일단 '중재 역할'의 전망을 밝게 하는 시그널로 보인다.
이 때문에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가 다양한 채널로 파악한 북한의 의중을 문 대통령이 설명하면서 북한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꿀 '당근'을 좀 더 명확하게 제시하는 데 한미정상회담의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2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문제는 북미 사이의 비핵화 과정과 그에 대한 대응이 서로 잘 맞물리지 않아서 생긴 것"이라고 말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했다.
<YNAPHOTO path='PYH2018051811910034000_P2.jpg' id='PYH20180518119100340' title=''金, 습근평(시진핑) 만나고 오더니…'' caption='(워싱턴DC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사진) 기자들에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태도변화가 전형적인 수법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br>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북한)이 중국과 만났을 때 상황이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그들이 시 주석과 두 번째 회담을 한 뒤로 큰 차이가 있었다"며 "그렇긴 하지만 무슨 일이든 일어나면 일어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아주 좋은 상태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bulls@yna.co.kr'/>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북한의 대미·대남 압박으로 불거진 한반도 주변의 정세 변화에 대응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무산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태도가 돌변한 것을 두고 17일(현지시각) 기자들을 만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김정은(위원장)에게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19일 사평(社評)에서 "북한의 태도가 돌변한 데 대해 미국과 한국은 중국 탓만 한다"며 "자신들의 대북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미중 간 갈등 양상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급물살을 탄 비핵화 정세를 남북미가 주도하던 구도에서 한미와 북중이 맞서는 듯한 구도로 바꿔놓았다는 해석까지 유발하고 있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간극을 좁히고 접점을 찾아 비핵화 합의를 끌어내야 하는 문 대통령에게 이러한 구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비핵화 합의 이후 중국이 참여하는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을 추진한다는 구상도 탄력받기 힘겨울 수 있다.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간 이견만 해소할 경우 미국과 중국의 갈등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한미정상회담에 임하는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또 다른 임무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결국 모든 문제의 근본원인은 비핵화 방법과 관련한 북미 간 이견"이라며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나머지 문제도 순조롭게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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