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656.33

  • 27.71
  • 1.05%
코스닥

856.82

  • 3.56
  • 0.42%
1/4

[르포] "숱한 태풍도 견뎠는데…이번 물난리는 인재입니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르포] "숱한 태풍도 견뎠는데…이번 물난리는 인재입니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르포] "숱한 태풍도 견뎠는데…이번 물난리는 인재입니다"
평창군 횡계6리 "올림픽 시설물 제때 안 치워 차항천 범람으로 재난"
주민 130명 수재민 신세…"시간당 61.8㎜ 큰비에도 예보하지 않아"




(평창=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대형 태풍 매미, 루사도 견뎌낸 하천인데…이번 물난리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재입니다."
19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6리는 물난리를 겪은 지 하루가 지났지만, 마을 전체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마을 길 위로 진흙이 가득하고, 범람한 하천물을 따라 떠내려온 간이화장실과 의류 수거함들이 도로에 나동그라져 있었다.
집집이 들이친 물이 빠져나가면서 집 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몇몇 주민들이 삽으로 토사를 퍼내지만 집의 원래 모습을 찾기엔 힘이 부쳤고, 길을 걷는 사람들은 진흙탕 바닥에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집 외벽은 어른 허리춤까지 젖은 물 자국이 뚜렷이 남아 있어, 그 흔적만으로도 전날의 물난리를 가늠하게 했다.
지난 17∼18일 이틀간 이곳에는 127㎜의 비가 내렸다. 특히 18일 오전 1시부터는 시간당 61.8㎜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저지대 마을인 횡계6리는 인근 대관령면으로 흐르는 차항천에서 급격히 불어난 물이 순식간에 덮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범람한 물은 마을 내 67가구로 쏟아져 들어갔고, 한밤중에 물벼락을 맞은 주민 130여 명은 급히 면사무소로 피신했다.
대피소에는 아직 주민 70여 명이 머물러 있다.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전날 피해를 얘기하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주민 김옥자(75)씨는 "무섭게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는데 밖에서 고함치는 소리에 깼다"며 "밖을 나오니 허리춤까지 물이 들이쳐 마을 사람들 도움으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박주현(16)양은 "급히 대피하느라 아무것도 챙겨나오지 못했다"며 "교복도 책가방도 없이 학교에 가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피해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번 물난리가 천재지변이 아닌 인재"라고 말했다.
횡계리 일대는 평창 올림픽플라자에서 불과 3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으로, 인근 차항천 강변에는 올림픽 관련 차량의 승하차 시설로 사용된 돌망태 등 구조물이 설치돼있다.
하천 중간을 절반가량 막은 높이 2∼3m가량의 대형 구조물을 제때 철거하지 않아 이번 폭우 때 하천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빗물이 역류하면서 마을 전체가 침수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현장에는 구조물을 따라 강물이 역류한 흔적이 남아 있었고, 하천 경계에는 부유물과 토사가 가득했다.
횡계 6리 조광신(55) 이장은 "보름 전 큰비에도 하천이 불어나 강변 구조물을 철거해 달라고 수차례 행정기관에 말했지만 그대로였다"며 "큰비가 온다는 예보에 물길이라도 냈다면 이런 피해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졸지에 수재민 신세가 된 일부 주민은 대피소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주민 김삼기(54)씨는 "많은 집이 낡고 시멘트 벽돌로 지어져 물을 머금으면 붕괴할 위험이 있다"며 "집 안을 깨끗하게 치운다 해도 벽돌담이 무너질까 불안해서 집으로 다시 돌아가 생활하기 겁난다"라고 말했다.
현재 주민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조직위에 향후 대책과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정확한 피해 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마을 복구작업을 하지 않고 당국을 상대로 계속 항의하겠다는 방침이다.


yangdo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