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전 국장 "원세훈 지시로 DJ 비자금 의혹 추적"
이현동 재판서 증언…"이 전 국세청장에 현금 전달도 지시"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대북 공작비를 사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하도록 직접 지시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원 전 원장 시기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을 지낸 김승연 전 국장은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비밀공작 관여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렇게 증언했다.
김 전 국장은 '대북공작국에 부임한 이후 김 전 대통령의 비자금 추적 사업을 인수하라는 지시를 누구에게 받았느냐'는 질문에 "원세훈 전 원장"이라고 답했다. 김 전 국장은 이 지시를 원 전 원장에게서 직접 들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의혹을 뒷조사한 비밀공작은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이라고 불렸다.
김 전 국장은 이 사업에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원 전 원장의 특명이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걸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세청의 도움을 받았고, 이에 관여한 이현동 전 청장에게 1억2천만원의 현금을 전달한 것도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증언했다.
김 전 국장은 "원장의 지시가 있었고, 차장의 결재를 받아 정식으로 전달한 것"이라며 전달한 금액도 원 전 원장이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데이비드슨 사업과 '포청천' 공작팀의 야권·진보인사 불법 사찰 등에 대북공작국의 돈이 편법으로 쓰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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