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투석환자 응급상황 대처 소홀 사망케한 의사 집행유예
부작용 우려되는 진통제 처방 후 퇴근…법원 "환자 진료의무 최선 다하지 않아"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복통을 호소하는 혈액 투석환자에게 부작용 가능성이 있는 진통제를 투여한 의사가 응급상황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해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과실이 인정돼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단독 천종호 부장판사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A(38) 씨에게 금고 8개월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범죄사실을 보면 A 씨는 2016년 3월께 전날 병원에서 혈액투석을 받은 신부전증 환자 B 씨가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자 마약성 진통제인 페치딘을 처방했다.
A 씨는 중증의 간·콩팥 장애 환자이자 마비성 장폐색 증상이 의심되는 B 씨에게 대사와 배설 지연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페치딘을 투여했지만 당직 의사나 간호사에게 환자 상태를 계속 관찰하라는 지시를 내리지 않고 퇴근했다.
진통제 주사를 맞은 B 씨는 3시간 뒤 의식을 잃고 뒤늦게 중환자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50여분 만에 숨졌다.
천 판사는 "사람 생명과 신체를 다루는 의사인 A 씨는 최선을 다해 환자를 진료할 의무가 있지만 이 같은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해 B 씨가 사망했고 사망 원인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판결했다.
천 판사는 "다만 A 씨의 업무상 과실이 인정되지만 B 씨가 당시 중증 '말기콩팥병'을 앓고 있었던 점과 과실 정도 등을 미뤄볼 때 직접적이고 주된 사망 원인이 A 씨 과실 때문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A 씨는 페치딘 처방과 B 씨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고 페치딘 처방에 요구되는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천 판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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