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기념관 건립안 반대"…시카고 시청 점령 시위
백악관 비서실장 출신 이매뉴얼 시장, 계획 추진에 절대적 영향력 행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기념관 건립 사업을 둘러싸고 오바마 측과 시카고 남부 지역 주민간 갈등의 골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 도시계획위원회(CPC)가 오바마 기념관 건립 계획 수정안을 표결에 부친 이날, 기념관이 들어설 시카고 남부 잭슨파크 인근지역 주민들이 시청에 모여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오바마 측에 "개발 과정에서 지역 주민들을 배제하거나 소외시키지 말아달라"며 '지역혜택협약'(CBA) 서명을 촉구했다.
이들은 회의장 앞 복도를 가득 메운 채 "OPC"(Obama Presidential Center), "CBA 서명 없이 표결 없다"(No CBA, No Vote)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 데본드릭 제퍼스는 "오바마 기념관 설립이 지역사회에 진정한 투자가 되려면 주민들이 개발 과정에 포함되고 혜택이 고루 돌아가야 한다"면서 "CPC가 표결을 연기하고, 주민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건립안 승인 권한은 오바마 행정부 초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CPC·시의회·시 공원관리국 등이 갖고 있으며, CPC는 시위에 나선 주민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날 수정안을 승인했다. 잭슨파크 내 8만㎡ 땅을 오바마 재단에 거의 무상으로 장기 임대하고, 기념관 부지 확대를 위해 토지 용도를 변경해주는 등의 내용이다.
CPC 승인이 떨어짐에 따라 수정안은 다음 주중 시의회에서 표결에 부쳐진다. 오바마 기념관은 애초 작년 초 착공 예정이었으나 시민단체와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기한 연기된 상태로, 오바마 측은 늦어도 금년내 착공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매뉴얼 시장을 비롯한 기득권 정치인들은 오바마 센터가 시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설파하고 있다. 오바마 재단은 건설 공사가 시작되면 이후 10년간 총 31억 달러(약 3조4천억 원)의 경제 효과가 발생하고 이 가운데 21억 달러가 시카고 남부에 돌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민들의 입장은 다르다. "부지 인근 건물 소유주들과 부유층은 개발 혜택을 볼 수 있지만 남부의 주류인 가난한 흑인들은 젠트리피케이션 피해자로 삶의 터전에서 쫓겨날 위협마저 받고 있다"는 우려다.
19세기에 조성된 총 2㎢ 규모의 잭슨공원은 1974년 미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바 있어 오바마 센터 건립 계획이 미 국립사적지 보존법(NHPA)과 미 국가환경정책법(NEPA)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와중에 시카고 시민단체 '프로텍트 아워 파크스'(Protect Our Parks·POP)는 지난 14일 연방법원에 시카고 시와 공원관리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POP는 "공공 부지 잭슨파크 사용 권한을 비영리 민간단체 오바마 재단에 준 원래 목적은 미 국립 대통령 도서관이 입주할 것이란 사실 때문이었으나, 오바마는 기념관을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시스템에 속하지 않은 민간시설로 건립, 독자적으로 관리·운영하기로 했다"며 민간시설에 시민공원 이용 권한을 주는 것은 법 규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시카고 시민사회는 시민운동가 출신 오바마가 명소 잭슨파크가 아닌 슬럼화된 흑인 밀집지구 '워싱턴파크'를 부지로 선택했더라면 시카고 시와 일리노이 주가 감당해야 할 비용을 크게 줄이고, 지역사회에 실질적인 혜택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고 있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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