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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지하철에 작은 미소 피어오르게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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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한 지하철에 작은 미소 피어오르게 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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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표정한 지하철에 작은 미소 피어오르게 하고파"
    '2018 열차 방송왕 경진대회' 최우수상 이형권 기관사
    서울교통공사 통합후 첫 대회…3천여 기관사 중 선발된 15명이 겨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저도 승객으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데 어느 날 지하철에서 주변을 둘러보니 참 삭막하더라고요. 다들 무표정하게 있고. 그런 표정들을 읽었을 때 제가 기관사로서 승객들의 얼굴에 뭔가 작은 미소라도 피어오르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송사 아나운서나 전문 MC를 해도 좋을 법한 말솜씨와 음성이 수화기를 타고 넘어왔다. '2018 열차 방송왕 경진대회' 우승자다웠다.
    서울교통공사가 지난달 27일 개최한 '2018 열차 방송왕 경진대회'에서 영예의 최우수상을 차지한 이형권 기관사(7호선 대공원승무사업소)가 그 주인공이다.
    서울교통공사 15개 승무 사업소, 3천300명 기관사 중 선발된 15명이 겨룬 대회에서 이 기관사는 운전 이론 필기시험과 돌발 상황을 가정한 방송 실기시험 등을 거쳐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서울메트로(1∼4호선)와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서울교통공사로 지난해 5월 통합한 이후 열린 첫 대회다.




    이 기관사는 19일 전화인터뷰에서 "15개 승무 사업소에서 1명씩 대표 후보를 내서 겨룬 거라 후보 안에 든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며 "다들 근무도, 방송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라 우승은 기대도 안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2000년 서울도시철도공사 공채 4기로 입사해 경력 18년을 자랑하는 그는 줄곧 7호선에서 근무했다. 그가 지하철 안내방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7년의 어느 날 지하철 출근길이었다.
    "마침 결혼해 아기도 생기고 했을 때라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또 나 혼자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어요. 무표정한 지하철 내에서 제가 안내방송을 통해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해 그때부터 안부를 묻거나 날씨와 관련해 인사를 전하는 등 저만의 방송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는 핀잔도 들었다. 그러나 승객의 호응이 이어졌고, 시간이 흐르면서 동료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승객들이 이 기관사의 방송에 '행복방송' '감성방송'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줬다.
    "초기에는 오해 아닌 오해도 받았죠. 그러나 결국 승객에 대한 서비스 향상이라는 차원에서 회사도, 동료들도 공감해주면서 어느 순간 진정성이 통한 것 같아요. 이제는 동료들끼리 더 좋은 방송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방법을 연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아무때나 방송을 하는 것은 아니다.
    "안내방송도 소음공해라는 뉴스를 본 적이 있어요. 아무리 좋은 방송이라도 자주하면 소음일 수 있는 거죠. 승객 입장에서 어떤 시간대, 어느 구간을 지날 때 지하철 방송을 가장 편하게 들을까 고민했어요. 출근 시간대는 청담대교를 건널 때 방송을 합니다. 창밖으로 한강이 보일 때 오늘 하루도 힘을 내라는 응원을 보내죠. 퇴근 시간대는 남성-숭실대입구 구간을 지날 때 오늘 고생하셨다고 인사합니다. 3분 정도 걸리는 긴 구간이거든요. 그외 수능일이나 명절처럼 특정일에 방송을 하고, 비오는 날이면 내리실 때 우산을 꼭 챙기시라고 안내하기도 합니다."
    자연스럽게 승객들의 '칭찬 민원'이 이어졌다.
    "칭찬을 받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고맙게도 승객들이 호응을 해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피드백 중 하나는, 대보름이라 '대보름달 보며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뤄진다고 합니다. 승객 여러분들도 뜻하는 바가 꼭 이뤄지기를 바랍니다'고 방송을 했는데 한 여성 승객분이 제 방송을 듣고 용기를 내서 평소 좋아하던 남성 분에게 전화를 걸었대요. 그런데 그 남성분도 마침 여성분을 좋아하고 있었고, 그래서 두분이 같이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긴 사연을 저희 회사 콜센터 홈페이지에 올리신 거예요. 말 한마디로 사람의 인생이 바뀔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웃음)"
    서울교통공사 수송인원은 하루 680여만 명으로 세계 1위다. 만원 출근길, 한없이 지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 기관사처럼 누군가 건네는 위로와 응원을 만난다면 발걸음이 조금은 가벼워질 듯하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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