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국가들 '미국따라 대사관 예루살렘행' 왜?
과테말라·파라과이·온두라스…"미국 향한 구애"
"빵부스러기 얻으려 국가존엄 팔아" 비난받기도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 예루살렘에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옮기면서 일부 중남미국가가 '나도 이전'에 발 벗고 나선 이유는 뭘까.
중미의 가난한 나라 과테말라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예루살렘에 대사관을 열었고, 범죄와 가난으로 점철된 중미의 또 다른 빈국 온두라스도 지난달 의회 표결에서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남미 파라과이는 이달 말까지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세 나라는 모두 유대인의 예루살렘 입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복음주의 기독교도들이 많고, 이스라엘과 오랫동안 유대관계를 유지해왔다.
이들 국가의 '예루살렘행'은 아마도 미국의 시선을 끌고 도움을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분석했다.
에릭 올슨 윌슨센터 라틴아메리카프로그램 부국장은 "이들 세 나라가 대사관을 옮기는 것은 실제로 미국의 호감을 사려는 것"이라면서 "그것은 그들에게 대외 원조를 포함한 다른 사안들을 조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선거자금 등 부패 혐의에 대한 조사에 직면한 지미 모랄레스 과테말라 대통령은 이미 앞서 작년 12월 주이스라엘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산하 과테말라 반면책 국제위원회(CICIG)는 모랄레스가 집권여당 사무총장으로 있을 때 받은 불법 선거자금 조사와 관련해 과테말라 헌법재판소에 면책특권을 박탈할 것을 요구하는 등 처벌을 압박하고 있다.
모랄레스는 유엔에 영향력이 절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감을 얻어 이러한 압박을 누그러뜨리게 할 의도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WP는 추측했다.
인구의 50%가 빈곤층인 과테말라는 이미 오래전부터 나라 재정을 미국에 의존해왔다.
미국은 2016년 과테말라에 2억9천700달러(약 3천200억원)를 대외 원조 형식으로 지원했다. 이는 과테말라의 대미 수출액의 3분의 1 규모다.
이러한 도움이 없어지면 모랄레스의 국정 장악력이 위협받고 과테말라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다.
지난 36년간에 걸친 내전 기간에 과테말라는 이미 이스라엘로부터 막대한 군사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보수파들은 이스라엘을 지지해오고 있다.
이러한 외교, 경제적 동기 외에도 모랄레스는 자국 내에 영향력 있는 복음주의 기독교단체들로부터 정치적 지지를 얻으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라틴아메리카 워싱턴사무소의 연구원 아드리아나 벨트란이 분석했다.
온두라스와 파라과이도 과테말라가 미국에 의존하는 이유들과 다소 일치하는 데다가,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이나 원조 삭감, 교역 축소 등을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들 세 나라의 조치에 대해 강성 반미주의자인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은 과테말라는 미국 국제개발처(USAID)가 주는 빵부스러기를 얻어먹으려고 국가 존엄성을 팔아넘겼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들 세 나라 외에 당장 추가로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옮기는 국가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올슨 부국장은 전망했다.
대사관을 옮기는 대가로 특별히 내세울 만한 카드가 없는 일부 중소국가들이 고민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올슨 부국장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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