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관, 볼턴을 저격하다…북미정상회담 앞둔 두뇌싸움 개시(종합)
부시 행정부 시절 美와 협상하며 볼턴 보좌관의 주장에 밝아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김효정 기자 =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16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북핵 문제 해결 방식에 공식적으로 반발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특히 김계관 제1부상은 이날 발표한 개인 명의의 담화에서 "우리는 이미 볼턴이 어떤 자인가를 명백히 밝힌 바 있으며 지금도 그에 대한 거부감을 숨기지 않는다"라며 볼턴 보좌관을 정조준했다.
이 때문에 김 제1부상이 볼턴 보좌관의 발언을 논리적으로 반박하는 저격수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제1부상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북측 차석대표로 강석주 당시 수석대표를 도와 미국과의 협상에 나섰고, 빌 클린턴 미 행정부 당시에는 북미 미사일 및 테러 관련 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로 활약했다.
특히 그는 6자회담 북측 수석대표를 역임할 당시 크리스토퍼 힐 전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협상을 통해 2005년 9·19 공동성명과 2007년 2·13 합의 및 10·3 합의를 끌어낸 전형적인 대미 협상가다.
이 시기는 미국에서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집권기로 당시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이론가였던 볼턴 보좌관이 대북 강경 입장을 주도했다. 볼턴 보좌관은 2001∼2005년 국무부 군축 및 국제안보담당 차관, 2005∼2006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로 재임하면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일례로 그는 지난 2003년 방한 당시 북한 주민들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문에 '지옥 같은 악몽' 속에 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과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문답을 통해 "(볼턴을) 미 행정부의 관리로 인정하지 않으며 그런 자와는 상종하지 않기로 하였다"고 응수하며 그를 '인간쓰레기, 피에 주린 흡혈귀'로 맹공격했다.
볼턴은 이런 강경 입장 때문에 미국 정부 내에서도 대북 협상파들과 갈등을 빚었다. 당시 북한의 협상 담당자였던 김 제1부상이 볼턴 보좌관의 주장을 반박하는 저격수로 나서게 된 배경으로 보인다.
김 제1부상은 '미국통'으로 꼽히는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선배로 2016년 사망한 강석주 전 노동당 국제담당 비서로부터 시작된 대미라인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강석주 전 비서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미 외교 브레인으로 활동했던 것처럼 김계관 제1부상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핵 협상을 앞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핵심 조언자로 논리 제공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김 제1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3차 핵실험을 결정하기 위해 2013년 1월 7명의 당·정·군 고위간부만 불러서 소집한 '국가안전 및 대외부문 일꾼 협의회'에 참석하며 핵문제를 고리로 하는 대미협상의 주축임을 확인했다.
하지만 김 제1부상은 2016년 11월 김정은 위원장의 주북 쿠바대사관 방문에 동행한 것을 끝으로 공식 석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두 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에서도 김 제1부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며, 지난 9일 평양에서 이뤄진 김정은 위원장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의 만남에도 배석하지 않았다.
이처럼 그동안 전면에 나서지 않았던 김 제1부상이 이처럼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불만을 담은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내놓으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참모진의 본격적인 두뇌 싸움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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