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나선 말레이, 前총리 비리 관련자료 2년만에 공개
마하티르 "조만간 前총리 기소 가능성…사법거래 고려 안 해"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신정부가 적폐청산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2년전 국가기밀로 지정된 전임 총리의 비자금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가 뒤늦게 일반에 공개됐다.
16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감사원은 전날 비리 의혹에 휘말린 국영 투자기업 1MDB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해당 보고서는 2016년 4월 비밀문서로 지정돼 열람이 금지됐다. 같은해 말에는 내용 일부를 공개한 하원의원에게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실형이 선고되기도 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2015년 10월 기준으로 1MDB가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422억6천만 링깃(약 11조원)에 달했으며, 2010∼2014년 현금흐름을 분석한 결과 1MDB가 이 기간 올린 현금 수익이 100만 링깃(2억7천만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이 투자 관련 주요 결정이 이뤄지는 등 부실경영 정황이 다수 확인됐다고 밝혔다.
1MDB는 2009년 나집 라작 전 총리가 국내외 자본을 유치해 경제개발 사업을 하겠다며 설립한 기업이다.
하지만 그는 1MDB에서 최대 60억 달러(약 6조4천억원)의 나랏돈을 국외로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나집 전 총리는 2015년 1MDB의 비리 여부를 수사하던 검찰과 반부패위원회(MACC)가 자신의 계좌에 7억 달러(약 7천500억원) 상당의 돈이 흘러든 정황을 포착하자 당시 검찰총장을 경질하고 반부패위원장을 자진사퇴시켰다.
하지만 지난 9일 총선에서 압승해 61년만의 정권교체를 이뤄낸 말레이 신정부는 1MDB 스캔들을 재조사해 나집 전 총리의 책임을 묻기로 했다.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전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영상인터뷰에서 "머지않아 나집 전 총리를 입건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그를 기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련 서류를 검토한 결과 MACC가 2015년 말 4천200만 링깃(약 114억원)이 1MDB의 옛 자회사에서 나집의 계좌로 흘러들었다는 증거가 나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해외 은닉 자산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나집 전 총리와 사법거래를 할 의향을 묻는 말에는 "협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신정부는 이미 나집 부부와 1MDB 부실수사 의혹을 받는 모하멧 아판디 알리 검찰총장, 할릿 아부 바카르 전 경찰청장 등에 대해 출국금지 명령을 내렸다.
한편, 마하티르 총리는 언제까지 총리직을 맡을 것이냐는 질문에 "1∼2년간 이어질 초기 단계에만 총리로 재임할 것"이라고 답했다.
마하티르에 이어 차기 총리에 오를 것이 확실시되는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71)은 동성애 혐의로 수감생활을 하다가 이날 오후 석방될 예정이다.
안와르는 2008년 총선에서 3분의 2 의석이 무너진 데 위기감을 느낀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이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조만간 보궐선거 등을 통해 하원에 복귀한 뒤 마하티르로부터 총리직을 이양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