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워터게이트' 마잉주, 2심서는 4개월형 선고
432만원 벌금으로 형기 대체 허용…판결에 불복 "상고하겠다"
(타이베이=연합뉴스) 류정엽 통신원 = 정치인 도감청 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아온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이 1심 무죄 선고와 달리 2심에서는 징역 4개월형을 선고받았다.
16일 대만 연합보 등에 따르면 대만 고등법원은 전날 원심을 뒤엎고 마 전 총통에 대해 공무원은 이유 없이 정보를 유출하지 못하도록 한 통신보호법상 규정을 적용해 이 같이 선고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총통도 광의의 의미에서 '공무원'이라며 비밀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하루 1천 대만달러(3만6천원)씩 총 12만 대만달러(432만원)의 벌금으로 형기를 대체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써 마 전 총통은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 이후 유죄 선고를 받은 두 번째 대만 총통이 됐다. 마 전 총통 개인으로선 생애 첫 유죄 판결이기도 하다.
'대만판 워터게이트'로 불리던 이 사건에서 마 전 총통은 재직 당시 검찰에 입법원 사무실을 도청해 보고하도록 하고 감청 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8월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바 있다.
1심 후 검찰이 항소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마 전 총통이 불복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마 전 총통은 "이번 사건은 개인의 권익 차원을 넘어서 총통 권한의 행사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차제에 이 문제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상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건은 검찰이 지난 2013년 커젠밍(柯建銘) 민진당 입법위원(의원)을 부정청탁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에서 커 위원과 왕진핑(王金平) 전 입법원장(국회의장)간 통화를 녹음한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한데서 시작됐다.
커 위원은 즉각 불법 도청 의혹을 제기했고, 이후 황스밍(黃世銘) 전 검찰총장이 장이화(江宜樺) 당시 행정원장에게 도청내용을 유출한 죄로 1년 3개월 징역형을 선고받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시 마 전 총통이 국민당내 정적인 왕 전 원장을 도청했다는 의혹은 '마왕(馬王) 정쟁'으로 이어지며 당시 집권여당인 국민당의 내부분열 위기를 촉발시키기도 했다.
마 전 총통은 도청에 개입하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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