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트럼프 북극시추안' 동참하면 가만안둔다"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글로벌 대형 투자자들이 화석연료 생산업체들과 금융지원을 하는 은행권에 미국이 추진 중인 알래스카 북극 원유 시추계획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런 경고는 알래스카의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을 보호하려는 조치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들 대형 투자자가 운용하는 자금은 무려 2조5천억 달러(2천700조원 상당)에 달한다.
이들은 100개 화석연료 생산업체 및 은행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알래스카에서 원유와 천연가스를 뽑아낼 경우 해당 업체들은 "엄청난 기업 평판 하락 위험은 물론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알래스카를 개발하는 것은 비즈니스 차원의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억제하려는 글로벌 행동 탓에 원유 수요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이런 개발 계획이 투자 손실을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알래스카의 그위친 부족도 이들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알래스카 개발 행위는 고향을 파괴하는 "매우 비윤리적 행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지난해 4월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를 위해 ANWR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1980년 이후 첫 규제 완화 조치다.
ANWR의 해안가 평야 지대와 프루도만(灣)에는 상당량의 원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서한에 서명한 뉴욕주 토마스 디나폴리 감사원장은 "ANWR에서 시추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라며 "투자자들과 관련 업체들은 이를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뉴욕주 퇴직연금기금(CRF) 이사이기도 한 디나폴리는 "한층 더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에 힘입어 글로벌 저탄소(low-carbon) 경제가 부각되고 있다"면서 "미국의 마지막 야생지역을 파괴하는 투자 대신 청정에너지 사용이라는 미래를 건설해 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기업들이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그위친 운영위원회 버나데트 드미엔티에프는 "에너지 생산업체와 은행은 그위친 편에 서야 한다"며 "자연 그대로 오염되지 않았지만, 망가지기 쉬운 이곳을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원 공화당인 알래스카 하원의원들은 이런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고 시추계획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이 진행되면 알래스카 주와 연방정부가 향후 10년간 10억 달러(1조원 상당)의 개발이익을 챙길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ANWR 개발 계획이 발표됐을 때 상원의원 리사 머코프스키는 "장기적인 에너지 안보 확보 및 새로운 부 창조라는 차원에서 이런 계획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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