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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61년만의 정권교체에 말레이 환호…"행복 말레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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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61년만의 정권교체에 말레이 환호…"행복 말레이 시작"
폭동 우려하던 주민들, '적폐청산' 시동에 뒤늦게 변화 실감



(쿠알라룸푸르=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해피 말레이시아'(행복한 말레이시아)가 시작됐다."
93세의 노정객(老政客) 마하티르 모하맛(93)이 말레이시아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낸 지 5일째 되는 날인 14일 밤.
기득권 세력의 반발로 인한 소요와 혼란을 우려하던 주민들은 새 정부가 무사히 안착해 구체제의 적폐 청산 작업에 시동을 걸고서야 61년간 이어졌던 사실상의 1당 독재가 종식됐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모양새였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 중심가에서 연합뉴스 기자를 만난 현지인 남성 모흐드 아지지 빈 함자(32)는 "당장에라도 폭동이 날 것 같아 주말까지도 마음을 놓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앞서 나집 라작 전임 총리는 지난 9일 총선에서 마하티르가 이끄는 야당연합 희망연대(PH)에 참패하고서도 이튿날 기자회견에서 "과반의석을 확보한 정당이 없으니 차기 총리는 국왕이 결정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사실상 총선불복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여권 대 야권 구도에선 79석 대 121석으로 크게 밀렸지만, 정당별 의석수는 나집 전 총리가 이끄는 전 여당 통일말레이국민조직(UMNO·54석)이 가장 많은 만큼 술탄 무하맛 5세 국왕이 그의 연임에 손을 들어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모흐드는 "나집 전 총리의 방해 때문에 10일 아침 진행돼야 했던 마하티르의 총리 취임이 같은날 밤늦게까지 지연됐다"면서 "그는 이렇게 시간을 벌면서 지지자들이 폭동을 일으키길 기대했던 모양이지만 누구도 호응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평화적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일부 국민은 때아닌 명절 분위기를 연출했다.
말레이 전역에서 한식당 18곳을 운영하는 교민 사업가 윤선규(55)씨는 "말레이시아는 주소지에서만 투표할 수 있어서 주요 선거 전후 2∼3일씩 휴가를 주는데, 이번엔 개인 사업가들이 '해피 말레이시아'라면서 이번 주까지 열흘씩 휴가를 주고 거의 다 문을 닫았다"고 전했다.
그는 "그만큼 정권교체를 반기는 것"이라면서 "나집 전 총리가 워낙 문제가 많은 인물이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지인들은 정권교체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나집 전 총리의 부정부패 행각을 꼽았다.
나집 전 총리와 측근들은 국영투자기업 1MDB를 통해 나랏돈 60억 달러(약 6조4천억 원)를 국외로 빼돌려 사치를 일삼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쿠알라룸푸르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는 아흐맛 다니(42)는 "마하티르는 22년간 독재를 했지만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그런데 나집은 자기 이익만 챙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집 전 총리 집권기엔 임금이 동결되고 각종 세금이 신설돼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졌다면서 "그 돈이 국가발전을 위해 쓰였다면 이처럼 화가 나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흐드 역시 나집 전 총리의 실정을 전 여권의 최대 패인으로 지목하면서 "총선 전까지는 매일 아침 두통에 시달렸지만, 이제는 머리가 시원하다. 나는 이미 '해피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 타만 두타 지역에 있는 나집 전 총리의 자택 주변은 15일 오전 현재 경찰관이 다수 배치돼 외부인의 접근을 통제하는 등 삼엄한 분위기를 보였다.
마하티르 신임 총리는 1MDB 스캔들을 재수사해 불법이 드러날 경우 나집 전 총리에게 책임을 물리겠다면서 지난 주말 나집 전 총리 부부를 출국금지 조처했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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