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범에서 차기총리로…안와르, '말레이판 신데렐라' 부상
내일 석방 후 보궐선거 거쳐 총리직 이양받을 듯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가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내면서 최근까지 정치범 신세를 면치 못했던 야권 지도자 안와르 이브라힘(71)이 일약 차기 총리로 급부상해 눈길을 끈다.
지난 9일 총선에서 야권연합 희망연대(PH)를 이끌어 61년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낸 마하티르 모하맛(93) 신임 총리는 지난 11일 술탄 무하맛 5세 국왕이 안와르에 대한 완전한 사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안와르가 곧장 정계에 복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안와르의 딸인 누룰 이자(38) 인민정의당(PKR) 부총재는 이와 관련해 안와르가 오는 15일 석방될 것이라고 전했다.
동성애 혐의로 2015년 징역 5년형이 확정돼 수감생활을 했던 안와르는 애초 6월 8일 풀려날 예정이었다.
수술과 건강악화 등으로 쿠알라룸푸르병원(HKL)에 입원 중인 안와르는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국민은 변화를 통해 승리를 쟁취하는 용기를 보여줬다"면서 "새 정부는 민주주의와 정의, 모든 이의 인권 수호에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후 적절한 시기에 안와르에게 총리직을 이양할 계획이다.
무슬림 청년 지도자 출신으로 1982년 마하티르 당시 총리에게 이끌려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에 입당한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해 1991년 재무부 장관, 1993년 부총리로 선임됐다.
하지만 마하티르 총리의 오른팔이자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대책을 놓고 마하티르 전 총리와 갈등을 빚은 뒤 급격한 추락을 경험했다.
실각에 이어 부패·동성애 사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이다.
현지에선 마하티르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데 대한 보복으로 안와르에게 누명을 씌웠던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그는 이후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야권 연합의 최고 지도자 지위에 올라 권토중래를 노렸으나, 2008년 보좌관에게 동성애를 강요한 혐의로 재차 기소돼 수감생활을 해 왔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동성애는 최장 20년의 징역이 선고될 수 있는 중죄다.
안와르는 야권이 2008년 총선에서 UMNO와 당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의 3분의 2 의석을 무너뜨리자 위기감을 느낀 정부·여당이 사건을 조작해 또다시 누명을 씌웠다고 주장해 왔다.
그런 까닭에 안와르는 자신의 동성애 의혹을 처음 제기한 마하티르와 거의 20년 동안이나 공개석상에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등 적대적 관계를 이어왔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치에는 영원한 친구도, 적도 없다'는 말처럼 작년 7월 극적인 화해를 이뤄냈다.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린 나집 라작 전임 총리의 퇴진을 요구하다 여권에서 축출된 마하티르와, 야권의 옥중 지도자인 안와르가 손을 잡는 오월동주(吳越同舟)격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이들은 결국 지난 9일 총선에서 말레이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2석을 확보해 61년만에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다만, 안와르가 실제로 차기 총리직에 오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마하티르 총리는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내각에 들어오기 위해선 일단 (보궐선거 등을 통해) 하원의원직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절차를 거치는데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답했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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