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의 'PVID' 정의는…"핵 보유능력 불능화 '검증'이 관건"
"여러 단계로 나눠서 하던 과거상황으로 귀결 안 돼" 단계조치에 쐐기
"전 세계 파트너들과 함께"…고강도·대규모 국제사찰 프로세스 예고
PVID서 최근 CVID로 표현 바꿨다가 다시 '혼용'…"유의미한 차이 없을 수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과거처럼 여러 단계로 쪼개서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걸 어떻게 보장하느냐의 문제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 미국 측이 최근 꺼내 들었던 'PVID'(Permanent,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의 정확한 정의가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내놓은 답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한미는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한반도의 비핵화(PVID)를 이룩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따른 것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어떻게 충분히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PVID가) 무슨 의미인지는 꽤 분명하다"며 "우리가 과거에 처했던 것과 똑같은 지점으로 귀결되지는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해 취해져야 할 행동을 뜻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에 처했던 지점에 대해 '세계적 난제인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그 이전에 취해졌던 여러 단계들'이라고 적시, 일괄타결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북한이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핵무기로 위협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걸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지난 8일 재방북 길에 "우리는 잘게 세분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연장 선상에서 북한의 '단계별·동시적 조치'에 대한 불가 입장에 쐐기를 박으며, 북한이 다시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담보해내는 게 PVID라고 정의를 내린 것이다.
과거 북한이 최종적인 비핵화를 미루면서 단계별 조치에 따라 보상만을 챙겨왔던 '살라미 전술'을 원천 봉쇄, 조기에 핵 폐기뿐 아니라 보유능력 불능화까지 끌어내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PVID를 현실화하기 위한 관건으로 내세운 것은 검증이다.
그는 "이것(북한이 핵 능력을 보유하지 않았다는 걸 보장하는 것)을 이뤄내려면 강력한 검증 프로그램이 요구된다"며 "전 세계의 파트너들과 함께 착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러한 검증 작업은 솔직히 그 이전의 어떤 합의도 이뤄내지 못했던 방식으로 그 결과를 얻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뿐 아니라 검증능력을 갖춘 다른 나라들과 공동으로 전례 없는 고강도·광범위 핵사찰·검증 프로세스에 전면적으로 착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비핵화 검증 작업이 핵 폐기 역사에서 가장 광범위한 사찰 활동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300여 명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조사관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분석한 바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분명히 힘든 일이지만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 나는 건전하고 좋은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다"며 "우리 두 나라 사이에 공유된 목표들이 뭔지에 대해 꽤 좋은 이해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한미 외교수장간 이날 회담에서는 검증 문제가 상당히 많이 거론됐으며,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공감이 이뤄졌다고 정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결국, 검증의 벽을 넘어야 비핵화의 완결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날 PVID 규정은 미국 측의 비핵화 목표를 놓고 PVID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사이에 설왕설래가 이어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PVID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2일 취임식 인사말에서 사용하면서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으로, 기존 CVID의 '완전한'(Complete)을 '영구적'(Permanent)으로 대체하면서 비핵화의 허들을 한 단계 높였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은 비핵화를 뜻하는 기존의 'Denuclearization' 대신 폐기를 뜻하는 'Dismantlement'를 썼고, 폐기의 대상도 기존의 '핵무기'에서 생화학무기 등을 포함하는 훨씬 더 포괄적 개념인 '대량파괴무기'(WMD)로 넓혔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8일 재방북 당시 다시 CVID라고 표현한 것을 시작으로 백악관 등 행정부 내에서 CVID가 더 통용되면서 과거 기준으로 회귀하는 듯하다가 폼페이오 장관이 이날 며칠 만에 다시 PVID를 언급한 것이다.
다만 폼페이오 장관은 'PVID의 'D'를 'Denuclearization'으로 표현, 북한과의 사전담판 과정에서 폐기 대상을 WMD에서 핵 관련 물질로 조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도 "북한이 일단 공약한 것은 비핵화인 만큼, 합의를 끌어내려면 공약을 토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강 장관은 "우리는 한반도에서 CVID를 성취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밝혀 그 직전 PVID를 언급한 폼페이오 장관과 다소 차이를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도 공동 기자회견 후 올린 트위터 글에서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의 비핵화(CVID)에 대한 대통령의 약속을 논의하기 위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생산적인 만남을 가졌다"며 다시 CVID라고 칭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관계자는 "PVID라는 개념의 경우 그야말로 완전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해결을 원한다는 뜻에서 '영구적인'이라고 쓴 게 아닌가 이해하고 있다"라며 PVID와 CVID 사이에 유의미한 뜻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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