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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초장부터 '보유핵' 폐기 논의…속도내는 '완전한 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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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초장부터 '보유핵' 폐기 논의…속도내는 '완전한 비핵화'
美의 '보유 핵무기' 일부 조기 국외 반출 요구에 北 대응 주목
北 과감한 수용 땐 美 제재완화·경제 관련 상응 조치 할 가능성
美 '리비아식' 先비핵화 요구-北 단계·동시적 조치 절충점 될듯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미 양국이, 과거 비핵화 협상때 마지막 단계에서 논의될 것으로 분류했던 '보유 핵'을 세기의 담판이 될 북미정상회담 의제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전 북핵 논의가 핵 동결과 불능화 단계에 이어 그에 대한 검증작업을 거친 뒤 다시 보유 핵 논의를 하겠다는 프로세스였다면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 폐기를 우선순위로 북미가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북미정상회담 사전 논의에 정통한 복수의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내달 12일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북한 측에 핵탄두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상당 부분을 조기에 국외 반출토록 요구했고, 북한 측이 이 제안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런 요구는 차기 미 대선이 치러질 2020년까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염두에 두고, 북한 핵 프로그램은 물론 보유 핵까지 트럼프-김정은 '대담판' 의제로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북한을 겨냥해 완전한 비핵화 의지의 진정성을 보여주라는 미측의 요구로도 풀이된다.
다시 말해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해온 북한이, 과거 북핵 논의 때 제시했던 프로세스를 잘게 쪼개어 그에 대한 대가를 받으려 하지 말고 최종 단계라고 할 보유 핵 폐기 의지도 과감하게 보임으로써 진정성을 확인시키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여기에는 북핵 논의와 관련해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거슬러보면 2006년 1차 핵실험 전부터 핵무기 보유를 주장해온 북한은 '단계적 해결'을 주장하며 보유 핵무기는 비핵화 논의 최종 단계에서 논의할 대상이라는 입장이었다. 북한은 체제 안전보장과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의 '출구'가 될 북미 수교를 조건으로 '보유 핵무기' 폐기를 논의하겠다는 태도였다.
그런 탓에 남북한과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핵 프로그램 포기를 담은 9·19공동성명(2005년)을 먼저 만든 뒤 핵 동결과 불능화 단계의 합의를 각각 만들어 '행동 대 행동'으로 이행하는 식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결국, 6개국은 핵 신고 내용에 대한 검증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면서 비핵화 최종 단계인 '보유핵' 문제는 합의서조차 만들지 못했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런 과거 패턴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취임 이전부터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의 리비아식 해법을 강조해왔다. 사실 리비아는 초보적 핵개발 수준이어서, 미 본토에까지 핵탄두를 장착한 ICBM을 날릴 수 있는 북한과는 처지가 달라 '선핵폐기-후보상' 모델은 적절하지 않다는 걸 미 조야 역시 인정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볼턴 보좌관의 주장에 경도돼 있어 보인다.
그러나 북한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까지 나서 단계적·동시적 조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북한의 '보유 핵무기' 처리 문제를 '전면 배치(front-loading)'하자는 기조가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면 북한으로서도 핵무기와 핵물질, ICBM 일부의 국외반출 조치를 비핵화 프로세스 초반에 함으로써 대외적으로 큰 신뢰를 살 수 있다. 선금을 지불함으로써 카운터파트인 트럼프 행정부가 안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 측의 이런 요구는 트럼프 대통령의 비즈니스 친화적인 담판 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이 이미 지난달 20일 노동당 전원회의를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핵실험 및 ICBM 중단 선언을 한 데 이어 비핵화 최종 논의단계라고 할 보유 핵의 일부를 국외반출로 폐기하는 조치를 하는 과단성을 보이라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북한 보유 핵 일부의 선(先) 국외반출 제의는, 리비아식 핵 폐기를 요구해온 트럼프 행정부와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주장해온 북한과의 '절충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아직 북한의 구체적인 반응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 날짜와 장소가 12일 싱가포르로 정해진 걸 전후로 한 북미의 반응을 보면, 북미 간에 서로 '과감한 제안'을 두고 접점을 찾아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정상회담의 미국 측 '키 맨'이라고 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11일(현지시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회담 후 북한의 빠른 비핵화를 거론하면서 그 경우 미국이 상응조치를 하겠다고 발언해 눈길을 끈다.
품페이오 장관은 "북한이 빠르게 비핵화하는 과감한 조치를 한다면, 미국은 북한이 우리의 우방인 한국과 같은 수준의 번영을 달성하도록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으며, 외신들은 번영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북한의 동시적 조치 요구에 거부감을 보여온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상응해 대북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어, 미국 측 역시 태도 변화가 느껴진다.
시계열 상으로 9일 방북 후 트럼프 대통령에게 그 결과를 보고하고서 일련의 논의를 거쳐 폼페이오 장관이 이런 상응조치 언급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받은 뒤 '새로운 대안'을 높이 평가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 미뤄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대안'은 북측에 과감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면서, 경제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상응 조치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낳는다.
결국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비핵화 전(全) 과정과 그에 상응하는 북한 체제안전 보장, 제재 해제, 경제지원 등을 담은 '일괄타격식' 합의가 나오고 핵무기 일부 국외반출 등의 조치가 조기 이행된다면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작업은 급물살을 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의 연내 종전선언 이외에 남북간 군사적 긴장 해소 및 교류·협력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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