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 매케인에 "어차피 죽을사람" 조롱한 백악관 보좌관 '뭇매'
"사악·혐오스럽다…나라위해 고문당한 전쟁포로 조롱한 슬픈 날"
백악관에 사과·해임 요구…"매케인은 영웅, 조롱 용납 안돼"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에서 초당적 존경을 받는 인물로 투병 중인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상원의원에게 '곧 죽을 사람'이라는 조롱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백악관 보좌관이 여야는 물론 언론, 가족 등으로부터 십자포화를 맞았다.
켈리 새들러 커뮤니케이션 담당 특별보좌관은 최근 백악관 내부 회의에서 매케인 의원이 '물고문' 지휘 논란에 휘말린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의 인준에 반대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문제가 안 된다. 그는 어차피 죽어가고 있다"고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들러 보좌관의 이 같은 발언이 전해지면서 거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매케인 의원은 베트남전 참전 당시 전쟁포로 고문을 당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악성 뇌종양이 발병해 지역구인 애리조나로 내려가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11일 미 의회 전문지인 더힐에 따르면 공화당의 월터 존스(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백악관 관리가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 전쟁포로로서 고문을 당한 인사를 조롱한 슬픈 날"이라면서 백악관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공화당 소속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새들러, 존 매케인은 미국 상원 여야 양측에서 많은 친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켜드려도 되겠느냐"며 "상원에서는 누구도 웃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전 공화당 의원인 데이비드 졸리는 백악관에 새들러 보좌관의 파면을 촉구했다.
민주당의 게리 코놀리(버지니아) 하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여야 간에) 정치는 다를 수 있지만 매케인 의원은 영웅"이라면서 " 매케인 의원에 대한 사악하고 불쾌한 공격은 혐오스럽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잭 리드(로드아일랜드) 상원의원은 "매케인과 이슈에 대해 견해를 달리할 수 있으나 그와 같은 퇴역군인을 참혹하게 조롱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면서 "매케인은 조국을 위해 많은 것을 바쳤고, 그와 가족은 존경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몸담았던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언제 품위가 바닥을 칠지 궁금했는데 그것이 어제 일어났다"면서 "새들러 보좌관의 언급은 매케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조롱 섞인 언사를 나타낸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매케인 의원의 딸 메건은 10일 자신이 진행하는 ABC방송 '더뷰'에서 "새들러 보좌관은 해고돼야 한다"면서 새들러를 향해 "그 같은 말(조롱)이 수용되고 다음날 출근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을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들러는 전날 밤 사과를 위해 메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더힐이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새들러 보좌관의 발언이 보도된 후 매케인의 부인인 신디 매케인은 트위터에 "내 남편은 가족을, 7명의 자녀와 5명의 손주를 가진 사람이라는 걸 상기시켜드려도 되겠느냐"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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