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 탄생 임박에 EU 수뇌부 '안절부절'
타이아니 EU의회 의장·융커 EU 집행위원장 등 우려 표명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에 서유럽 최초의 포퓰리즘 정권 탄생이 임박하자 EU 수뇌부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 협상이 타결될 경우 이탈리아의 대(對) EU 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안토니오 타이아니 EU 의회 의장은 11일(현지시간) 피렌체에서 열린 유럽대학협회 회의에서 "유럽의 모든 이들이 이탈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주목하고 있다"며 "좋은 이탈리아인이 되는 것은 동시에 좋은 유럽 시민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특별히 현재 시점에서 이것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출신의 정치인인 타이아니 의장은 EU에 회의적인 동시에 '이탈리아 우선'을 추구하는 두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 사이의 막바지 정부 구성 협상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이어 유로화 도입 이후 이탈리아 경제가 활력을 잃었다며 유로화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동맹을 의식한 듯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을 떠나는 것은 제 발등을 찍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우파의 맹주 자리를 마테오 살비니 동맹 대표에게 뺏기며 체면을 구긴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최측근이기도 하다.
중도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FI) 수장인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지난 3월 총선에서 기대에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으로 25년 가까이 이어오던 우파의 구심점 역할을 살비니 대표에게 내준 뒤 오성운동의 거부로 연정 협상에서도 배제되는 수모를 당했다.
타이아니 의장은 또 "이탈리아는 EU의 핵심 국가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나라들이 EU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이는 새로운 (포퓰리즘) 정부가 직면한 도전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도 같은 행사에서 한 연설에서 "최근 몇 년 간 유럽에 밀려 든 수백만 명의 난민에 의해 촉발된 적개심이 유럽에 퍼지고 있는 것을 우려한다"며 "이런 감정이 포퓰리스트와 국가주의자들이 유럽의 연대를 깨뜨리는 데 필요한 자양분 역할을 했다"고 탄식했다.
융커 위원장은 "난민 위기 와중에 EU 회원국 사이에서 생겨난 균열과 파열음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탈리아와 그리스인들은 EU에 더 많은 연대와 결속을 큰 소리로 요청했으나, 불행히도 우리의 응답은 너무 늦었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지중해를 건너 몰려드는 아프리카 난민의 부담을 최근 몇 년 간 나홀로 짊어지다시피 한 이탈리아의 총선에서는 반(反)난민 정서를 등에 업은 오성운동과 동맹이 약진하는 대신 민주당, FI 등 EU 친화적인 기성 정당들이 죄다 몰락했다.
한편, 민주당의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총선 직후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성운동과 동맹의 연정을 좋아하지 않고, 나도 마찬가지"라면서도 "하지만, 우리나 EU가 그들을 좋아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탈리아인들의 생각이다. 이제 (이탈리아는)그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하며 현실을 직시할 것을 촉구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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