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몰리는 해외 블록체인 기업…"자금·이용자 확보"
스팀잇·IOS 등 국내 진출…신생 스타트업이 대부분
투자 열기 높고 이용자 반응 빨라…"국내 기업은 규제에 발목"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앞다퉈 진출하고 있다.
대부분 신생 스타트업인 이들 기업은 한국의 높은 투자 열기와 탄탄한 이용자층을 발판삼아 글로벌 시장 선점을 노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 기반의 소셜미디어 업체 스팀잇은 최근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고팍스와 손잡고 국내 콘텐츠 확보에 나섰다.
2016년 4월 출범한 이 업체는 게시물을 올린 창작자에게 가상화폐로 보상하는 플랫폼이다. 올해 안에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시스템을 구축해 각 커뮤니티가 자신만의 가상화폐를 발행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신생 스타트업 IOS(아이오에스)는 게임, 메신저 등에 적용 가능한 차세대 블록체인 플랫폼을 앞세워 한국에 진출한다. 올해 상반기 중 국내 복수의 블록체인 업체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영국 스타트업 에너지 마인도 최근 한국에 사무소를 열고, 대기업·대학교·정부기관 등과 사업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늦어도 7월까지 에너지를 절감하면 가상화폐를 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동남아 최대 데이팅 앱 기업 런치 액츄얼리 그룹은 이달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블록체인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데이팅 주선 서비스 '바이올라 AI'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서비스는 블록체인과 AI를 활용해 가짜 프로필과 연애 빙자 사기(러브 스캠)를 예방하는 게 목표다.
이들 기업은 한국 진출 이유로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높은 관심과 탄탄한 IT 인프라를 꼽는다.
네드 스콧 스팀잇 CEO는 지난 3일 방한 간담회에서 "한국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과 가상화폐에 빨리 적응한 얼리어답터"라며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IOS 지미 정 CEO(최고경영자)도 9일 간담회에서 "한국은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갖췄고, 인재들도 많다"고 높이 평가했다.
한국의 투자 열기는 지난해 비트코인 열풍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토큰세일' 등을 통해 투자금과 사업 발판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크다는 게 국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여기에 한국은 이용자의 반응이 빠르고, 시장 규모가 작아 신사업의 '테스트 마켓'으로 적합하다는 점도 한몫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등 더 큰 시장에 진출하기 전에 사전 테스트를 위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목적이 커 보인다"며 "한국은 마케팅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이용자의 피드백도 빨라 해외 스타트업에는 더할 나위 없는 테스트마켓"이라고 말했다.
해외 기업들이 앞다퉈 국내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국내 기업들은 모호한 규제에 발이 묶인 상태다. 작년 말부터 쏟아진 정부 규제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고, 국내 블록체인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 김철환 정책실장은 "옛날식의 규제가 아니라 문제가 되는 부분만 골라내는 '스마트'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은 규제하고, 나머지는 규제를 풀어 국내 기업이 사업을 할 길을 터줘야 한다"고 말했다.
okk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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