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전집' 완간…"사회변화 꿈꾼다면 읽어봐야"
번역위 이주노 전남대 교수, "루쉰의 모든 것 담아"
"국가폭력에 끊임없이 저항"·"재해석의 대상"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사상가 루쉰(魯迅, 1881∼1936) 저작을 집대성한 '루쉰 전집'이 완역됐다.
국내 중문학자들로 구성된 루쉰전집번역위원회는 '루쉰 전집'(그린비) 14∼20권을 한꺼번에 펴내며 총 20권을 완간했다. 2007년 번역에 착수해 2010년 1차분으로 세 권을 출간한 뒤 11년 만에 모든 작업을 마쳤다. 이번에 나온 책들은 루쉰이 쓴 서신과 일기 등을 모았다.
번역은 중국 런민문학출판사(人民文學出版社)에서 펴낸 루쉰 전집 1981년판과 2005년판 등을 저본으로 삼았다.
학자 12명으로 구성된 번역위원회는 지난 11년간 거의 매월 한 차례 모이는 방식으로 총 81차례 머리를 맞댔다. 문집별로 번역자를 정해 책임번역을 하면서도 모임에서 각자 작업한 내용을 발표하고 상대방 작업을 비판하기도 하면서 최선의 결과물을 내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했다. 번역위는 "원칙상으로는 문집별 역자의 책임번역이지만, 내용상으론 모든 위원들의 의견이 문집마다 스며들어 있다"고 밝혔다.
번역위의 주축 역할을 한 이주노(60) 전남대 중어중문학과 교수는 10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루쉰은 풍자가 많고 상징성이 깊은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을 어떻게 잘 전달하느냐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20권이 다 어려웠지만, 특히 잡문에 중국 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이 풍자적, 중의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많아서 까다로웠다"고 설명했다.
이 전집에 담긴 글들은 대부분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내용이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루쉰 글이 중국에서 새로 발굴될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까지의 성과는 여기에 다 담았다"고 자부했다.
루쉰은 소설 '아Q정전' 같은 문학작품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저술에는 더 깊고 넓은 사유의 세계, 사회 변혁을 향한 끊임없는 열망과 의지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는 산문시집 '들풀', '아침 꽃 저녁에 줍다' 등 산문집, 시평을 비롯한 숱한 잡문을 남겼고, 수많은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했다.
또 웨이밍사(未名社), 위쓰사(語絲社) 등 문학단체를 조직해 문학운동과 문학청년 지도에도 앞장섰다. 1926년 반정부 지식인에게 내린 국민당 수배령을 피해 도피생활을 하다가 1927년 상하이에 정착, 잡문을 통한 논쟁과 강연 활동, 중국좌익작가연맹 참여와 판화운동 전개 등 왕성한 활동을 펼치다가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등질 때까지 중국의 현실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였다.
번역위는 이번 전집 완간에 부쳐 "그(루쉰)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과 대결했다. 이러한 '필사적인 싸움'의 근저에는 생명과 평등을 향한 인본주의적 신념과 평민의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혁명인으로서 루쉰의 삶이다"라고 소개했다.
이에 더해 이 교수는 "루쉰은 국가권력의 폭력성에 끊임없이 저항한 인물이며 이데올로기의 경직성과 편협성에도 끊임없이 비판을 가한 인물"이라며 "그런 면이 사고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지금 우리 현실에서 매우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변화를 모색하거나 바라고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루쉰을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루쉰은 인간 개조, 변혁을 통한 근대적 주체의 탄생을 꿈꾼 인물이라는 점에서 가장 근대적 인간이면서, 나아가 근대가 지니고 있는 물질 만능이나 인간 소외의 함정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점에서 근대를 넘어선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루쉰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각각의 역사와 시대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고 달리 해석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끊임없는 재해석의 대상이지, 고착된 이미지로 받아들여져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집 완간을 기념해 학술대회도 열린다. 한국중국현대문학학회와 국제루쉰연구회, 전남대 동아시아연구소가 함께 오는 12일 오후 1시 이화여대 인문관 111호에서 '루쉰 학술대회'를 연다. 루쉰의 글을 분석한 논문 세 편을 발표하고 좌담회에서 향후 루쉰 연구의 방향을 논의한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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