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선 야권 승리, 61년만의 정권교체…마하티르 총리복귀(종합)
'철권통치자' 마하티르 아흔 넘어 총리로…최고령 국가정상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 야권연합이 9일 치러진 총선에서 승리해 독립 후 61년 만에 첫 정권교체를 이뤄냈다.
10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개표 결과 이날 새벽까지 신야권연합 희망연대(PH)와 사바 지역 정당인 와리산 당이 하원 222석의 과반인 112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반면 통일말레이국민기구(UMNO)를 주축으로 한 집권여당연합 국민전선(BN)은 76석을 얻는데 그쳤다.
이로써 1957년 영국에서 독립한 뒤 한 차례도 정권을 놓지 않았던 BN은 집권 61년 만에 야권으로 전락하게 됐다.
당초 전문가들은 '게리맨더링'(자의적 선거구 획정) 성격이 강한 최근의 선거구 개정 때문에 야권이 득표에서 앞서고도 여당에 패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열망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수준이었다.
실제로 이번 총선에서 PH는 집권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농촌지역에서도 BN을 웃도는 득표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나집 라작 현 총리를 비롯한 여권 수뇌부의 부정부패 의혹과 민생악화 등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나집 총리는 지난 2015년 국영투자기업 1MDB에서 수조원의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말레이 사법당국은 무혐의로 수사를 종결했지만, 돈세탁과 관련해 미국과 싱가포르, 스위스 등은 아직도 해당 의혹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집권여당이 한국의 부가가치세와 비슷한 6%의 재화용역세(GST)를 도입하고 석유 보조금 등을 폐지해 서민의 생활비 부담이 커진 것도 인기 하락에 한몫을 했다.
PH의 승리로 1981년부터 2003년까지 22년간 말레이시아를 철권통치했던 마하티르 전 총리가 15년 만에 총리직에 복귀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근대화를 이끈 국부(國父)'와 '개발독재자'란 엇갈린 평가를 받는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때 나집 총리의 후견인이었으나 나집 총리의 비자금 스캔들이 터지자 총리 퇴진 운동을 벌이다 BN에서 축출됐다.
이에 반발한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했고, 작년 말 PH의 총리 후보로 추대돼 야권의 선거운동을 지휘해 왔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10일 새벽 국왕 측으로부터 야권의 승리를 인정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면서 이날 중 총리 취임 선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치의 회복이며, 법을 어긴 자는 법정에 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BN은 애초 9일 밤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10일 오전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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