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붉은광장서 2차대전 승전 군사퍼레이드…핵전력 등 무력 과시
푸틴 "세계를 절멸에서 구한 건 러시아, 역사 왜곡 절대 용납 않을 것"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 모스크바의 붉은광장에서 9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3주년을 기념하는 군사퍼레이드가 성대하게 펼쳐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참전 노병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이날 퍼레이드에는 1만3천 명의 군인이 참가하고 150여대의 각종 무기 및 군사장비, 75대의 공군기 등이 선보였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TV로 생중계된 군사퍼레이드는 오전 10시부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의 사열로 시작돼 각종 군대와 무기 및 군사장비의 분열식과 공군기 시범 비행 등으로 이어지며 약 1시간 동안 벌어졌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분열식에 앞서 행한 연설에서 "오늘날 유럽과 전 세계를 노예 상태와 절멸, 홀로코스트의 공포에서 구한 (러시아) 국민의 공로를 지워버리고 전사(戰史)를 왜곡하고 역사를 재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있다"면서 "우리는 이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옛 소련군의 공로를 깎아내리거나 왜곡하려는 서방과 일부 소련권 국가들의 시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였다.
푸틴 대통령은 "죽음을 바쳐 싸운 건 바로 소련 국민이었다"면서 "다른 어떤 나라도 수백만 명의 주민과 수천 개의 공장들을 침략자들로부터 대피시킨 적이 없다"고 나치군을 상대한 소련 국민의 고난을 상기시켰다.
그는 옛 소련군의 헌신적 공로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항상 당신들의 유훈을 따르고 당신들의 전통을 이어가면서 러시아의 번영과 위대함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성공을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연설에 이어 의장대를 필두로 각종 군사학교 생도들과 군부대 군인들의 분열이 진행됐고 뒤이어 무기와 군사장비들의 행렬이 붉은광장을 지나갔다.
무인항공기(드론) '코르사르'와 '카트란', 지뢰 제거용 군용 로봇 등이 처음으로 선보였으며, 차세대 주력전차 T-14 '아르마타'를 비롯한 각종 탱크와 장갑차 등이 줄을 이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첨단 방공미사일 S-400과 전략핵미사일 RS-24 야르스 등도 위용을 자랑했다.
지상 분열식이 끝나자 곧바로 공중 분열식이 이어졌다.
러시아 국방부가 개발 후 시험 운용하고 있는 5세대 신형 전투기 수호이(Su)-57, 전략폭격기 투폴례프(Tu)-160과 Tu-95MS, 장거리 폭격기 Tu-2M3, 신형 전투기 Su-35, 공격용 헬기 카모프(Ka)-52 등이 150~500m 상공에서 시속 200~600km의 속도로 비행하며 하늘을 갈랐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 3월 대(對)의회 국정연설에서 처음으로 소개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단검)을 탑재한 미그(MiG)-31K 요격기 2대가 처음으로 퍼레이드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킨잘은 MiG-31K 요격기에 탑재돼 공중에서 발사된 뒤 자체 추진체의 도움으로 극초음속(음속의 5배 이상)으로 목표지점까지 비행하도록 설계돼 있다.
러시아는 레이더 탐지 회피 기능이 탁월하고 기동성이 뛰어난 킨잘에 대적할 극초음속 미사일은 다른 국가엔 아직 없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는 1812년 모스크바를 침공했던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조국전쟁', 나치 독일과의 전쟁을 '대(大) 조국전쟁'이라고 부르며 두 전쟁에서의 승리를 민족적 자부심의 근거로 삼고 있다.
군인뿐 아니라 온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 제패를 꿈꾸던 정복자들을 무찌르고 러시아와 세계를 지켜냈다는 자부심이다.
러시아는 대조국전쟁을 기념하기 위해 매년 붉은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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