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발전, 북한에 풍력·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검토
자체 대북사업안 마련…정부 "협의하거나 검토한적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동현 기자 = 최근 남북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가운데 한 발전회사가 대북시장 진출 방안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와 대북제재 등이 먼저 해결돼야 구체적인 경협방안을 검토한다는 입장이지만, 발전사는 전력이 부족한 북한을 새로운 시장으로 보고 남북경협 여건이 충족됐을 때를 대비해 자체적인 진출방안을 마련했다.
8일 한국동서발전이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에 제출한 '발전분야 대북 협력사업안'에 따르면 동서발전은 북한에 단기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소를,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동서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의 사업준비 기간이 3년 정도로 화력발전(6~8년)보다 짧아 당장 급한 북한의 전력난 해소에 도움될 것으로 판단했다.
23MW 규모의 풍력발전소를 건설하면 북한 주민 7만5천명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중기로는 남북 접경지역인 연천군이나 비무장지대에 '평화발전소'를 짓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 발전소는 북한의 산업시설 전력 공급용으로, 액화천연가스(LNG)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연료로 사용하는 500MW급 복합화력발전 방식으로 구상됐다.
동서발전은 평화발전소가 평양 인구 260만명의 2배 인구가 쓸 수 있는 전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장기로는 북한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건설 후보지로는 개성공단과 해주공업단지에 인접한 해주, 원산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지구 인근에 있는 원산, 광공업과 수산업 등이 발달한 김책 등 3곳을 검토했다.
300MW급 2기 또는 500MW급 2기를 건설해 북한 발전소 설비용량의 8%에 해당하는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 북한의 발전설비용량은 766만kW로 남한의 14분의 1 수준이며 실제 생산한 전력량은 239억kWh로 남한의 23분의 1에 불과했다.
동서발전은 북한의 오래된 화력발전소 보수 및 성능개선 사업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 화력발전소 총 9기 중 8기가 30년 이상 됐고 설비이용률은 2013년 기준 31.6%로 저조하다.
성능개선은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 예산과 시간이 덜 들어 단기간에 북한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다.
수명이 남은 오래된 발전소 설비를 북한으로 이전하는 방안도 있다.
활용도가 낮아진 울산 1복합발전을 북으로 옮기고 그 자리에 신규복합발전소를 대신 짓는다는 구상이다.
동서발전은 발전소의 적절한 유지관리를 위해 국내 교육시설에서 북한 엔지니어를 교육하고 기술을 전수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동서발전은 국내탄과 품질이 유사한 북한 무연탄을 강원도 동해화력발전소에서 연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동해화력은 2007~2010년 북한 무연탄 13만8천t을 도입한 적이 있다.
동서발전은 북한 무연탄이 국제시세보다 저렴해 도입시 연료비를 줄여줄 것으로 기대했다. 북한에 전력을 공급하고 무연탄을 받는 거래 형태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서발전의 이 같은 대북사업안은 정부와 협의되지는 않았다.
정부는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소 전에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너무 앞서나간다는 입장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정부는 북한에 발전소 건설을 검토한 바 없으며 동부발전 사업안을 협의하거나 보고받은 적도 없다"고 밝혔다.
남북 접경지에 평화발전소 건설을 추진할 것이라는 보도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런저런 구상들이 나오고 있으나 현실화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고 아직 많은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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