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푸틴4기 정책방향은…"경제 살리는 개혁정책 집중할 듯"
"권위주의 통치·대외강경 노선 큰 틀 유지하며 제한적 개혁 시도 가능성"
"교육·보건 등 국민복지 향상에 중점…서방과의 관계 개선 시도할 수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집권 4기를 시작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6년 임기 동안 어떤 정책을 펼칠지에 러시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마지막 통치기가 될 가능성이 큰 이번 임기의 대내외 정책이 서방 제재와 구조적 한계로 침체에 빠진 러시아 경제의 회복과 질적 도약 등 러시아 내부 문제는 물론 '제2의 냉전'으로까지 불리는 러-서방 관계 개선 등 외부 문제 해결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푸틴 4기에서도 지난 3기 동안 크게 변치 않은 권위주의적 통치 스타일과 강경 대외정책 노선의 큰 틀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
다만 푸틴 스스로 통치 목표로 내세웠던 '강한 러시아' 건설을 마무리하기 위해 제한적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국내 정책에서 푸틴은 무엇보다 경제개혁 문제에 집중할 것으로 관측된다.
자원수출 의존형 경제가 성장 한계에 도달한 데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병합에 따른 서방 제재가 지속·확대되면서 러시아 경제는 여전히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경제가 3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 성장(1.5%)으로 돌아섰지만 향후 몇 년 동안은 2%대 이상의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와 불만이 내재한 상황에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지 못할 경우 '정치적 자유 제한'과 '사회·경제적 안정'을 맞바꾸는 크렘린과의 암묵적 계약에 동의했던 민심이 흔들리면서 혼란이 조성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3월 대선 승리 뒤 자신의 선거운동본부 공동 의장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우리가 추진할 주요 업무는 내부 현안이다. 무엇보다 경제 성장 속도 확보, 경제에 대한 혁신성 부여, 보건·교육·산업 생산 분야 발전 등과 국민 생활 수준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인프라 구축 등이 그것"이라면서 "이것이 우리가 우선하여 주의를 기울일 분야"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대선 공약 발표와 마찬가지였던 지난 3월 1일 국정연설에선 "향후 6년 동안 빈곤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1.5배 늘리는 한편, 러시아를 세계 5대 경제 대국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푸틴은 또 자원수출 의존형 경제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면서 4기 집권기 동안 비자원 분야, 비에너지 분야 수출을 2배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제 부문에서 국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경제활동 자유를 확대하는 한편 중소기업 육성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국정 연설 내용을 근거로 푸틴 대통령이 집권 4기에서 국방 예산을 줄이고 보건·교육·인프라 분야 투자 확대를 통한 국민 복지 향상에 집중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알렉세이 쿠드린 전략개발센터 소장 같은 개혁 성향 인사를 크렘린궁 행정실(대통령 비서실)이나 내각 요직에 기용해 개혁 정책을 추진할 것이란 예상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 같은 푸틴의 경제개혁 청사진이 계획대로 이행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의 계산에 따르면 향후 6년 동안 1인당 GDP를 1.5배 늘리려면 경제 성장 속도를 연 6%로까지 끌어올려야 하지만 현 상황에서 이는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목표로 평가된다.
기본적으로 권위주의적 스타일의 국가 지도부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경제개혁을 추진하고, 경제의 역동적 발전을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최고지도자와 핵심 지도부의 통치 성향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개혁적 인사 기용으로 경제 체질 개선과 성장 동력 마련의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석유·가스 수출 수입이 국내총생산(GDP)의 23%, 재정수입의 36%(2016년 기준)를 차지하는 자원의존형 경제구조 개혁도 경제가 장기간의 침체를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대외정책에서도 괄목할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푸틴 대통령이 4기 핵심 과제인 경제 문제 해결을 위해 악화한 서방과의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하고 있다.
서방과의 대립을 가져온 최대 갈등 요인 가운데 하나인 우크라이나 사태를 현 상태에서 봉합해 두고, 시리아 내전을 평화 협상을 통해 마무리하는 데 성공할 경우 대서방 관계 개선을 위한 여건이 조성될 것이란 관측에 기반을 둔 전망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 3월 대선 뒤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은 (서방과의) 군비 경쟁에 빠져들 뜻이 없으며 군사비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스코프는 "푸틴 대통령은 4기에서 미국과 유럽 등을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길 원한다"면서 "대외 정책과 국제관계의 기본 목표는 내부 과제 해결(경제 문제 해결)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미국 주도의 일방주의에 도전하며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을 인정받기 위한 대외 강경 정책에서 완전히 선회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에 앞선 대의회 국정연설에서 약 2시간에 걸친 전체 연설의 45분가량을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각종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차세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 추진 순항미사일과 수중 드론, 극초음속(음속의 5배) 미사일 등 각종 첨단 무기들을 소개하며 핵무기가 주축이 된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아무도 우리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는 들어라"고 서방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아를 존중하지 않으면 힘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였다.
푸틴은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 사태, 시리아 내전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힘'에 바탕을 둔 강성 외교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이런 대외정책 기조가 갑작스럽게 바뀔 가능성이 현재로썬 크지 않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앞선 집권 1~3기 동안 대외 강경 노선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을 떠받치는 지렛대 역할을 했다.
특히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사태 무력 개입과 크림반도 병합, 뒤이은 시리아 내전 군사개입 등은 옛 소련 시절 강대국 지위 회복에 대한 러시아인들의 열망을 충족시키는 효과를 냈고 이는 애국주의 분위기 고조,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영국 내 러시아 이중 스파이 암살 시도 사건 등을 둘러싼 서방의 대러 비난을 러시아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려는 서방의 공세로 규정한 크렘린의 선전전도 성공적으로 먹혀들었다.
푸틴은 앞으로도 서방의 대러 제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력 강화 및 전진 배치, 미국의 대러 공세 등을 자국에 대한 서방의 전면적 '포위 공격'으로 선전하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러시아인들의 단합을 강조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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