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합의 '운명의 시한' D-5…더 날세우는 이란·이스라엘
로하니 "합의폐기시 전대미문의 후회" 경고…네타냐후 "치명적 결함" 공세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운명의 날'이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핵 합의의 당사국인 이란과 그 '숙적'인 이스라엘은 각각 합의 이행과 폐기를 주장하며 더욱 날 선 공세를 펴고 있다.
이 합의는 2015년 7월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독일 등 6개국과 이란이 체결한 협정으로, 이란이 전력생산 목적 외 핵 개발을 포기하고 서방은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
별 탈 없이 유지되는 듯했던 합의는 이를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해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취임 후 위기를 맞았다. 오는 12일(현지시간)은 트럼프 대통령이 핵 합의를 수정하는 재협상을 하지 않으면 대이란 제재 유예를 더는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시한이다.
이란은 기존 합의를 어떻게든 지켜내야 하는 상황이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군중연설에서 "미국이 핵 합의를 탈퇴하는 즉시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한 후회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이나 긴장을 원하지 않지만, 우리의 권리를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며 "미국은 우리 조국 이란에 어떠한 짓도 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핵 합의를 준수해 이란 국민이 평화를 사랑한다는 점을 전 세계에 증명했다"며 합의 의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란 핵 합의는 그의 최대의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정치적 입지가 그리 넓지 않은 상황에서, 핵 합의마저 파기될 경우 그는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릴 수 있어 합의 유지를 촉구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이 지난해 5월 재선에 성공한 이후 이란 리알화의 가치는 35% 가까이 떨어졌고, 공약으로 내걸었던 경제·사회 개혁에 실패하면서 지지도도 추락했다.
이란의 보수적 군부와 종교계는 핵 합의 당시 "미국에 속아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핵 합의가 파기될 경우 결과적으로 보수파의 주장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진다.
반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 여론전을 펼치며 이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 텔아비브에 있는 국방부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이란이 비밀 핵무기 프로그램을 보유 중이라는 증거가 있다"며 관련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는 '프로젝트 아마드'로 불리는 이란 핵무기 프로그램 내용을 담은 5만5천 쪽 분량의 문서와 CD 183장을 최근 입수했다면서 "이란이 거짓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실상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이라고 평가하며 이스라엘이 미국에 이란과의 핵 합의 파기를 압박하기 위해 여론전을 펴는 것으로 분석했다.
6일 외신기자들과 만난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새로울 게 없다고 하는 사람은 그 자료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며 반박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우라늄 농축의 무기화 가능성 등을 언급하며 이란 핵 합의에 대해 "치명적 결점이 있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TV 연설에서도 "최근 몇 달간 이란 혁명수비대가 시리아에 첨단 무기를 이전해왔다"며 "이는 전장과 후방에서 모두 우리를 공격하기 위해서"라고 압박을 이어갔다.
NYT에 따르면 전직 이스라엘의 안보 당국 관계자를 포함해 많은 전문가가 "결점이 있더라도 핵 합의가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부는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이란 핵 야욕을 꺾는 것뿐만 아니라 중동의 세력재편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부패 스캔들'로 국내에서 수세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일한 지도자'를 자처, 정치 위기를 타개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 견제에 정치적 명운을 걸다시피 한 네타냐후 총리는 이제 트럼프뿐만 아니라 이란 핵 합의의 다른 협정국의 지도자 설득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이란 핵 합의 문제를 논의한 데 이어, 오는 9일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