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로힝야족,지정장소선 안전보장"…수용소 무단이탈 경고?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인종청소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도주한 로힝야족 난민의 송환이 기약없이 지연되자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이 임시수용소를 벗어나지 않는 한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현지에선 이러한 발언의 진의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앞으로도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는데다, 무단으로 수용소를 이탈하면 신변에 위협이 닥칠 것이란 협박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6일 현지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지난달 30일 미얀마에 파견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표단을 만난 자리에서 "지정된 장소에 머무는 한 그들(로힝야족)의 안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로힝야족을 시종 '벵갈리'(로힝야족을 방글라데시계 이민자로 낮춰 부르는 말)로 지칭했다.
아울러 미얀마 군경이 불교도 민병대와 손을 잡고 이슬람계인 로힝야족을 자국에서 쫓아내기 위해 초법적 살해와 방화, 성폭행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대해 "과장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벵갈리들은 많은 고난과 박해를 당했다고 말해야만 연민을 얻고 공민권을 받아낼 수 있기에 그렇게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대표단을 만난 미얀마의 최고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은 로힝야족 인종청소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약속하고, 방글라데시로 도피한 70만 명의 난민을 다시 받아들일 태세가 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치는 과거에도 로힝야족 인종청소 주장에 명백한 근거가 없다고 항변하면서 반복적으로 원칙 수준의 진상조사를 언급해왔다. 따라서 로힝야족 사태에 대한 입장에 변화가 생겼다고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앞서 유엔은 미얀마와 방글라데시의 난민 송환 협약 체결로부터 반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미얀마는 아직도 로힝야족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은 불교가 주류인 미얀마에서 기본권이 박탈된 채 심각한 박해를 받아왔다.
특히, 작년 8월부터는 주요 거주지역인 라카인 주에서 미얀마 군경이 벌인 로힝야족 반군 토벌작전이 인종청소로 변질하는 바람에 수천명이 살해되고 70만명에 육박하는 난민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얀마는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부여하라는 요구에 귀를 닫고 있으며, 난민을 송환하겠다면서도 미얀마 거주 증빙 서류와 반군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증거를 요구하는 등 까다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들은 미얀마 정부가 로힝야족 난민이 방글라데시에 눌러앉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난민 대다수도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한 섣불리 돌아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