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탄 어나이 "기업은행의 많은 훈련량, 소화할 준비했다"
기업은행, 고민 끝에 미국 출신 어나이 선택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여자프로배구 6개 구단 중 마지막에 외국인 선수 지명권을 가진 IBK기업은행은 고민 끝에 어도라 어나이(22·미국·188㎝)를 호명했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몬차 빌라 레알레에서 열린 2018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구단 관계자와 열띤 토론을 하고 무대에 올랐다.
여전히 기업은행은 어나이가 어린 나이에 낯선 리그에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하지만 어나이는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기업은행 특유의 많은 훈련량에도 적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트라이아웃 참가한 선수 중) 프로 경험이 많은 선수가 있었고, 내가 가장 어려서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뽑혀서 기쁘다"며 "기업은행은 훈련량이 정말 많은 팀인데 나는 이미 준비가 돼 있다. 노력해서 이겨낼 수 있고 발전할 기회로 삼겠다. 우리 가족이 굉장히 엄격해서 기업은행 팀 문화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이 향수병을 걱정하셨다. 나는 하와이에서 대학을 유타로 가서 4년을 지냈다"고 감독과 구단의 걱정을 덜어주려 노력했다.
이정철 감독은 어나이를 믿기로 했다. 이 감독은 "어나이가 볼 다루는 기술이 좋다. 너무 어려서 향수병을 걱정했는데 본인이 잘 적응할 수 있다고 했다"며 "또 언니는 독일에서 배구를 하고, 아빠가 미식축구를 했다고 하더라. 늘 운동을 하면서 자란 친구라 팀에 잘 적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레프트 공격수인 어나이는 유타대 시절 3년 연속 500득점을 넘겼다. 지난해 미국 대학 랭킹 1위에 오른 공격수다. 첫 프로 생활을 한국 V리그에서 한다.
'옷'을 부적으로 삼은 선수도 있었다.
KGC인삼공사에 지명된 '1순위' 알레나 버그스마는 "행운을 빌며 붉은 드레스를 입었다"고 웃었다. 알레나는 3시즌 연속 인삼공사에서 뛴다.
그는 "(인삼공사 연고지) 대전은 제2의 고향이다. 행운을 위해서 인삼공사 동료들이 준 빨간색 보석 목걸이를 하고 왔다"며 "대전에 있는 짐을 다 뺐는데 다시 가져가야한다. 서남원 감독님이 나를 지명했을 때 정말 울 것 같을 정도로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2순위 흥국생명은 폴란드 국가대표 출신인 베레니카 톰시아(30·189㎝)를 뽑았다.
톰시아는 지난 3월까지 이탈리아리그 필로타라노에서 라이트로 활약했고, 4월부터는 폴란드리그에서 한 달 정도 레프트로 뛰었다.
이날 톰시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의 상징인 분홍색 옷을 입었다. 그는 "오늘 분홍색 옷을 입었는데, 아무래도 내 마음이 핑크 스파이더에게 간 것 같다"고 했다.
가장 마음 편하게 이번 트라이아웃을 즐긴 선수는 지난 시즌 V리그 여자부 최우수선수(MVP) 이바나 네소비치(한국도로공사)다.
이바나는 도로공사와 재계약을 확정한 뒤에 드래프트 과정을 지켜봤다.
"다시 V리그에서 뛰게 돼 기쁘다. 우승한 걸 잊고 다시 다음 시즌을 생각한다"고 말한 이바나는 "내일 드디어 MVP 상금으로 명품 가방을 사러 밀라노로 간다"고 웃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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