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화폐 80여 점으로 살피는 동아시아 경제사
한국은행 화폐박물관, 12월 2일까지 기획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원형에 네모난 구멍이 있는 상평통보(常平通寶)는 조선 후기 유통한 화폐다. 각지 관청은 재정문제 해결을 위해 '엽전'이라고도 하는 이 동전을 직접 발행했다.
상평통보와 모양이 흡사한 금속화폐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모두 제작했다. 그 기원이라고 할 수 있는 화폐는 기원전 221년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秦)이 만든 반량(半兩). 이후 2천 년간 동아시아는 둥글고 사각형 구멍이 있는 금속화폐를 사용했다.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이 12월 2일까지 여는 기획전 '한·중·일 고대화폐의 흐름'은 금속화폐 80여 점으로 동아시아 경제사를 설명한 의미 있는 전시다.
전시 제1부 '화폐의 서막을 열다'는 농기구 모양 화폐인 포전(布錢)과 칼 모양 화폐 도전(刀錢)을 거쳐 반량이 나오고, 이어 당나라가 유통한 청동화폐 개원통보(開元通寶)가 등장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고려 성종(재위 981∼997) 때 만든 한국 최초 금속화폐인 건원중보(乾元重寶)를 보고, 금속화폐 명칭에 얽힌 이야기도 확인한다.
제2부는 화폐가 본격적으로 유통된 양상을 조명한다. 동아시아 삼국은 각각 금속화폐를 만들었으나, 한국과 일본은 오랫동안 자국 화폐에 기반을 둔 경제 체제를 확립하지 못했다.
특히 일본은 헤이안시대(794∼1185) 이후 1603년 시작된 에도시대까지 화폐를 제작하지 않았고, 조선에서 인삼을 수입하기 위해 '인삼대왕고은'(人蔘代往古銀)이라는 길쭉한 은화를 발행하기도 했다.
김희재 화폐박물관 학예사는 "중국은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주변국 화폐정책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전남 신안 해역에 침몰한 원나라 무역선 신안선에서 나온 동전만 봐도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제3부는 질 낮고 액면가는 높은 화폐를 유통하면서 금속화폐의 실질가치가 하락한 현상에 초점을 맞췄다.
장인석 학예사는 "고대 금속화폐는 의미 있는 주제지만, 국내 박물관이 지금까지 거의 다루지 않았다"며 "자그마한 동전으로 역사와 문화를 살피고자 했다"고 말했다.
화폐박물관은 이 전시 외에도 11월 18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한국은행 소장 미술 명품'전도 개최한다. 회화, 조각, 서예 작품 88점을 선보인다.
박물관은 월요일만 문을 닫는다. 관람료는 없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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