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감소하는 가운데 부가가치만 늘어…"조선업 구조조정 영향 크다"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지난해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이 급격히 개선됐지만, 내실은 보잘것없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동생산성이 알맹이 있게 개선되려면 고용이 늘면서 부가가치가 더 큰 폭으로 확대돼야 하는데 지난해의 경우 고용이 감소하는 가운데 부가가치가 늘어나는 형태로 노동생산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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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한국생산성본부(KPC)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노동생산성지수는 108.3으로 전년 대비 5.8% 상승해 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개선됐다.
노동생산성은 노동투입(근로자 수×근로시간) 대비 부가가치를 말하는데, 지난해 노동투입은 1.4% 감소한 반면, 부가가치는 4.4% 증가했기 때문이다.
고용은 줄어들었지만, 부가가치가 늘어나면서 노동생산성이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기타운송장비의 경우 조선업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투입이 23.4% 급감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부가가치가 8.2% 하락했는데도, 노동생산성이 19.8%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조선업종의 취업자 수는 지난 3월까지 12개월 연속 전년동기 대비 20%대 감소율을 유지하고 있다. 3월 조선업종의 취업자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8%(3만4천700명) 감소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려면 고용과 부가가치가 모두 늘어야 하는데, 지난해에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을 해서 고용이 감소한 덕택에 생산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조선업 구조조정 영향이 제일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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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자산업 등의 수출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고용이 줄면서 전체적으로 생산성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적인 고용이 유지되면서 생산성이 올라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에서도 불황형 고용감축에 따른 생산성 향상은 두드러졌다.
지난해 서비스업 노동생산성지수는 101.9로 전년 대비 1.7% 상승해 2013년(2.6%) 이후 4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개선됐다.
특히 서비스업 노동생산성 향상 대표 업종인 금융 및 보험업(8.4%)과 운수업(4.3%)은 모두 고용이 크게 줄어 노동생산성이 향상됐다.
지난해 시중은행 구조조정으로 국내 은행권 총임직원 수는 11만1천173명으로 전년보다 3천602명 감소했다. 이는 2000년 5천202명 줄어든 이후 17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반면에 숙박·음식업은 노동생산성이 3.9%나 떨어졌다.
근로자 수는 1.5% 늘어나 노동투입이 1.8% 확대됐지만, 부가가치가 2.2%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 실장은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대거 숙박·음식업이나 자영업으로 내몰리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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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따른 '불황형' 노동생산성 개선에도 우리나라의 노동생산성은 선진국이나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시간당 노동생산은 34.3달러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아일랜드(88.0달러)나 룩셈부르크(80.4달러)나 노르웨이(80.4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경제규모가 비슷한 스페인(47.8달러)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진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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